우주발사체 개발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기보다 선진국이 축적한 기술을 따라잡는다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신규 진입 국가에 대한 텃세와 견제가 심하다.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다양한 뒷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리 측에 “독자 개발을 포기하면 2단 로켓을 무상으로 주겠다”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12월 러시아 우주기업 흐루니체프의 블라디미르 네스테로프 사장이 ‘2단 로켓 개발을 포기하는 게 어떻겠느냐. 로켓은 우리가 무상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조 단장은 “기술 습득을 막으려는 의도가 다분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라며 “그 덕분에 2단 로켓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도 ‘남에게 줄 것’이 생겨 국제 기술협력이 종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협력 대상을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들로 확대할 예정이다.
○ 발사체 핵심 기술 확보 나서
지난달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 직후 조 단장은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나라들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다른 나라들과 기술 협력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협력 국가에 줄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은 앞으로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나로호 때는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통째로 들여왔지만 한국형 발사체에서는 공동 연구를 통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230개로 구분했다. 나로호 발사로 얻은 기술이 54개, 독자 개발이 가능한 기술은 156개로 분석됐다. 나머지 20개 핵심 기술은 우주기술 선진국과의 공동 연구가 불가피하다.
사업단은 앞으로 러시아와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협력 국가를 늘리고 관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새 파트너로 가장 유력한 나라는 옛 소련의 우주기술을 대부분 보유한 우크라이나다. 사업단 관계자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한국형 발사체의 1단 추진로켓에 쓸 기술 2건을 공동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 미국 일본과도 협력 추진
러시아에 비해 공동 기술 개발에 인색했던 미국과 일본에도 협력을 계속 타진하기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3년 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앞선 정보기술(IT)을 탐사선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제공하고 그 대신 부족한 우주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일본에는 협력을 제안 중이다. 항우연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지질분석용 로봇 팔 등을 제공하고 달 탐사 관련 데이터를 얻어 올 예정이다. 이 정보는 2020년 이후 한국형 발사체에 실릴 달 탐사선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발사체에 비해 인공위성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과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최근 우주기술 협력 국가의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발표한 ‘제2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 협력 대상 국가를 우주기술 선진국과 중진국, 후발국으로 나눈 전략적 접근안을 내놓았다.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과는 협력협정을 체결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일부 기술을 보유한 중진국(중국, 이스라엘)과는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우주기술이 없는 후발국에는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기술 등을 수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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