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中의 힘… 서방국 티베트문제 언급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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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 티베트사태 왜 해결 안되나

세계 독립운동사에서 티베트 사태에서처럼 많은 분신이 발생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티베트처럼 처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도 흔치 않다. 이는 티베트의 맞상대가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이라는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티베트 문제는 사회주의 중국 건국(1949년) 직후인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해혁명(1911년)으로 청나라가 멸망한 뒤 티베트는 잠시나마 독립의 봄을 누렸다. 하지만 1950년 10월 중국은 티베트를 무력으로 침공해 이듬해 5월 자국령으로 삼았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 3월 10일 유혈봉기를 일으키는 등 산발적인 저항을 계속했다. 그때만 해도 티베트는 미국의 비공식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이 1972년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핑퐁 외교’로 알려진 화해 정책을 추구하면서 티베트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다. 달라이 라마가 1970년대에 독립이 아닌 ‘고도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중도 노선’을 천명하며 투쟁 수위를 낮춘 것도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것이다. 게다가 2008년 유혈사태 이후 중국이 티베트 통치를 강화해 내부 투쟁 조직과 역량이 와해되면서 집단적인 무장 저항 대신 개인적 분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가 티베트 사태에 적극 개입하지 못하고 분신 사태에도 즉각 호응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수민족 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의 정도를 낮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김이 급격히 커지자 다른 서방 국가들도 티베트 문제에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신 사태가 만성화하면서 티베트는 또 다른 한계에 처해 있다. 분신의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티베트의 대중국 투쟁이 달라이 라마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분신 항거에 강경 일변도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분신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승려까지 ‘살인 교사죄’로 중형에 처하고, 외부와의 정보 차단을 위해 티베트 각 가정의 위성 수신 안테나까지 철거하는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이유로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의 독립 열망을 부추길 수 있고 △광대한 티베트는 자원의 보고(寶庫)이며 △인도 네팔 미얀마 등과 국경을 맞댄 군사요충지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분신 항거가 100번째에 육박하자 세계의 눈길은 일시적이나마 다시 티베트로 향하고 있다. 중동에서 한 발을 뺀 미국은 중국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로 티베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가 작년 말 티베트 분신지역을 전격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분신 사태가 장기화하고 세계가 티베트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중국에도 부담인 만큼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티베트#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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