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역에 양국 군함이 대치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한 지난해 9월 이후 양국은 해양 감시선과 순시선 등 해양 관리 선박만이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센카쿠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선 군함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6일 NHK방송에 따르면 센카쿠에서 북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해역에 지난해 9월부터 중국 프리깃함을 포함한 군함 2척이 배치됐다.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영해(영해기선에서 12해리·22km)와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22∼44km)에 드나드는 중국 선박을 호위하기 위해서다. 중국 군함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의 해상자위대 구축함도 상시적으로 주둔해 있어 양국 군함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양측 군함이 3km까지 접근했고 중국 군함이 일본 구축함에 사격용 레이더까지 조준했다. 사격용 레이더는 군함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목표물을 조준하는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중국 군함이 자위대의 헬리콥터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 발사 버튼만 누르면 미사일을 쏘는 단계까지 긴장 상태가 올라간 것이다. 다만 포신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상태였다고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은 총리까지 나서 중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으며 중국은 “일본이 다른 의도를 갖고 중국 위협론을 부추기려고 호들갑을 떤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중국의 사격용 레이더 조준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일방적인 도발이며 매우 유감스럽다. 전략적 호혜 관계로 돌아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레이더 조준을 ‘중국의 도발’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센카쿠 국유화 이전에도 중국이 사격용 레이더를 수차례 조준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의 행동이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5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를 만난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지만 나흘 뒤에 센카쿠 주변 경비 강화 명목으로 방위비를 늘린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 중국 군함이 일본의 해상자위대 구축함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것은 바로 그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이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5일 기자회견에서 “긴장을 높이는 행위이자 충돌 위험을 높이는 행위”라며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 교관 등을 지낸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 씨는 이날 중국의 국제뉴스 전문사이트인 궈지짜이셴(國際在線)에서 “1월 19, 30일 발생한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사안을 일본 정부가 뒤늦게 5일 공개하면서 부풀린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위협론’을 부추겨 일본이 국방자위대법을 통과시키고 국방예산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국가의 군함 사이에 레이더를 조준하거나 레이더로 추적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