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소속 11개국이 내년 1월부터 금융상품 거래에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알기르다스 셰메타 EU 세금·관세담당 집행위원은 “토빈세는 정당하고 기술적으로 타당한 세금으로 단일 통화시장의 기반이 강화되고 무책임한 투기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토빈세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72년 환율안정을 위해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에 대해 부과하자며 제안한 개념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주식과 채권 거래에 0.1%, 파생상품의 경우 0.01%의 토빈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11개국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이 금융기관들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금융기관이 과세 대상이라고 말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식과 채권이 11개국에서 발행됐을 경우 거래가 미국 영국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더라도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예로 뉴욕에서 프랑스 채권을 파는 미국계 은행이나 런던에서 독일 기업을 위해 주식을 매매하는 영국 은행도 금융거래세를 내야 하는 것. 또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방어막도 강화돼 금융기관들이 거래세를 물지 않기 위해 조세회피지역으로 옮겨가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EU 집행위는 11개국의 토빈세 도입으로 연간 300억∼350억 유로의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토빈세가 목표대로 EU 전체에 도입되면 한 해 570억 유로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의 발표에 대해 금융계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토빈세 시행이 세수 증대에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금융협회는 토빈세 시행으로 자본을 형성하는 비용이 증가하면 침체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회계사협회 관계자는 “금융거래세는 부담이 커 금융 기업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을 대변하는 금융서비스포럼은 셰메타 집행위원에게 “세금 관할권에 대한 이런 일방적 결정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현행 국제조세법과 조약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며 “금융거래세 도입은 이중 또는 다중 과세로 이어질 위험이 높으며 이는 국제 조세협력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은 토빈세 도입에 찬성했지만 유럽 본토의 금융 허브인 프랑크푸르트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상당량의 금융거래가 과세를 피해 런던과 뉴욕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토빈세는 각종 연기금의 금융 상품 거래에도 적용돼 연기금 운용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EU 집행위는 연기금 운용은 비과세 거래를 통해 금융거래세 면제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경우 비과세 특혜에 따른 자금 운용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그리스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11개국은 토빈세 도입에 합의했다. 토빈세 도입은 영국 등 EU의 16개국이 반대하고 있으나 9개 회원국이 동의하면 통과되는 ‘협력 제고’ 규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 토빈세 ::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이 1972년 고정환율제도를 표방했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자 환율 안정을 위해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에 과세하자는 취지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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