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베를루스코니 돌풍… 伊총선 대혼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 24, 25일 선거 앞두고 연정구성 예측불허

24일과 25일 상원 315명, 하원 63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이탈리아 총선이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원내 1당인 우파 자유국민당이 마리오 몬티 총리의 전문관료 내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촉발됐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중도좌파 민주당의 여유 있는 승리와 몬티 총리가 대표로 나선 중도연합이 가세한 연정이 점쳐지는 형국이었지만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 자유국민당의 맹추격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하루 전인 8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1위를 달려온 민주당과 3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온 국민당 간의 지지도 격차가 5%포인트 안팎으로 줄었다. 여론조사업체 SWG의 조사에선 민주당이 33.8%, 국민당 27.8%, 5성(星)운동 18.8%, 중도연합 13.4%로 나타났다. 쿠룸 조사에선 민주당 34.5%, 국민당 29.5%, 5성운동 14.7%, 중도연합 13.9%이다. 긴축정책을 중단하고 지난해 낸 재산세를 돌려주겠다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공약이 민심을 파고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몬티 총리가 최근 국민당과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 득표율 1위 정당에 무조건 전체 의석의 55%를 분배해 주는 선거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상원은 지역구별로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기 때문에 지금의 혼전이 지속되면 민주당이 독자적인 과반을 얻기 어렵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경우 다른 내각제 국가들과 달리 상원에도 하원과 똑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중도연합의 지원을 받아 정권 출범에 성공하더라도 압도적 과반수가 되지 못해 정국 불안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자증세와 복지 강화를 외치는 민주당과 구조개혁을 내세우는 중도연합 간 정책적 연대가 쉽지 않아 언제라도 상원에서 민주당 정권 불신임안이 통과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5성운동과 중도연합의 행보가 관심의 초점이다. 기성 정치를 부정하는 포퓰리즘 정당인 5성운동의 약진이 눈에 띄지만 5성운동이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캐스팅보트는 중도연합이 쥘 것 같다.

○ 민심 업은 정치개혁세력 5성운동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퇴출’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5성운동이다. 1987년 총리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금지된 뒤 정치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거리공연으로 유명해진 그릴로는 2009년 ‘물 환경 관계 교통 경제’ 5개 분야의 시민개혁을 부르짖는 5성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해 온 5성운동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0∼12% 수준의 지지도를 유지하다가 막판에 15∼18%대까지 높아졌다.

5성운동은 반(反)긴축, 반유럽연합(EU)이라는 급진적인 노선을 표방하면서 유로존 탈퇴, 채무 불이행, 모든 국민의 무료 인터넷 사용, 초등학생 전원에게 무료 태블릿PC 제공, 주 근로시간 20시간으로 축소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5성운동이 상원에서 여당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정권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 누가 잡아도 긴축정책 난항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 초반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총선 후 정국이 불안해지면 다시 5%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국민당 모두 몬티 정부가 펼쳐온 대대적인 긴축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잠잠해진 유럽 부채 위기에 다시 불을 지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태리#베를루스코니#이태리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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