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영향력 축소 위해 中, 기독교 공개 포교 허용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중국이 티베트에 기독교 선교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티베트에 있는 서방 선교사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외부 포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기독교를 허용함으로써 티베트인들이 전적으로 의지하는 불교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병서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를 연상시키는 이 발상은 서방 선교사들이 티베트인들의 기독교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도 축소하고, 불교를 매개로 뭉쳐 있는 티베트인들의 집단의식도 해체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여기에 선교사들이 현지 학교에서 무료로 학생들을 지도해 티베트인들을 불교적 세계관에서 끄집어 낼 수도 있고, 기독교 포교로 인한 서방 자본 유입 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교사를 활용한 경제적 이익도 고려한 셈이다. 물론 선교사들이 자유와 인권을 주장하며 중국 정부의 티베트에 대한 강압 통치를 비판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선은 선교 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정부와의 대립을 꺼린다는 점도 중국 당국이 기독교에 호감을 갖는 배경으로 풀이됐다.

그동안 기독교 전파에 대해선 서방은 티베트 종교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중국은 티베트의 불교를 제한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독교 선교사들은 아예 티베트 불교도를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려는 성향이 강하고 중국도 티베트 불교의 특정 세력 제거에 활용하려 한다고 미국 컬럼비아대의 티베트 전문가 로비 바넷이 주장했다.

하지만 티베트에 기독교의 공개 포교를 허용할 경우 종교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도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교회 등을 엄중 단속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티베트#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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