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온갖 설(說)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28일)과 새 교황 선출(3월 15일 전후)을 앞두고 교황청 내 각종 추문과 교황의 퇴위를 둘러싼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의 발단은 교황의 사임 배경에 교황청 내 개혁파와 반대파의 추악한 권력 투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17일 보도였다. 교황청이 과거 개혁 세력의 대표 주자이던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바티칸 행정처장으로 임명했고 비가노 처장은 고위 성직자의 부패와 권력 남용 실태를 담은 편지를 교황에게 보냈다는 것. 하지만 개혁 반대파가 2011년 비가노 대주교를 미국 워싱턴 주재 교황청 대사로 보냈고 이후 개혁파의 노력이 무산돼 결국 교황의 사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차기 교황은 내부 권력 투쟁과 돈세탁, 성추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현 권력 구도로는 개혁이 불투명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개혁파 수장으로는 교황청의 2인자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장관이 언급됐다.
또 이탈리아 일간지 레푸블리카는 21일 교황의 실제 사임 이유는 교황청 내 부패 등에 대한 충격적 보고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17일 자신의 지시로 부적절한 자금 관리나 정실 인사, 동성애, 공갈 협박 등을 조사해 온 추기경 3명이 올린 3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이날 오랫동안 숙고해 오던 사임 결정을 내렸다는 것.
이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로마와 바티칸시티 여러 곳에서 섹스 모임을 갖던 지하 동성애 조직을 적발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교황은 후임자가 잘못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이 보고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보도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개연성이 크며 교황 선거를 앞두고 개혁파가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베네딕토 16세가 17일 “모든 신자가 거듭나야 한다”라고 주문한 것과 23일 로마 교구 성직자들에게 “신의 창조물이 가진 아름다움이 고난과 부패 등 세상의 악에 의해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있다. 이는 신과 그의 진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보고서와 관련된 발언이라는 추측까지 뒤따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23일 “보도는 가십에 불과하고 허위 정보”라며 “이런 보도는 후임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선거판을 흔드는 압력이 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차기 교황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 가톨릭 최고 성직자인 키스 오브라이언 스코틀랜드 추기경이 1980년대 사제 등과의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고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가 24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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