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PP 참가 선언… 한국경제 이중苦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에 참가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TPP는 겉모양만 놓고 보면 다자간 경제블록이지만, 실상은 단일국가 기준 경제규모 1, 3위인 미국과 일본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일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높여가는 일본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 무역의 양축인 ‘한미 FTA’와 ‘한-EU FTA’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크다.

○ 사실상의 ‘미일 FTA’ 급물살

24일 막을 내린 미일 정상회담을 두고 ‘행사용 방문’에 그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경제만을 놓고 보면 일본의 TPP 참가라는 성과가 눈에 띈다. 미일 양국은 공동선언에 “양국에 민감품목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한다”며 “모든 관세를 일방적으로 철폐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다. 미국이 줄곧 지켜온 ‘성역 없는 관세철폐’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치권이 쌀 등 국내 농산물 보호를 이유로 TPP 참여를 미뤘던 걸 감안하면, TPP 참여를 위한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일본의 참여로 TPP 참가국은 미국 호주 칠레 말레이시아 등 총 12개로 늘었다. 안보와 통상을 한 묶음으로 보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을 위시한 아태지역 주요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모양새다. 순수하게 경제적 측면만 따져보면 세계 1위 시장인 미국과 3위 시장인 일본이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여 사실상의 ‘미일 FTA’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한미, 한-EU FTA’ 효과 반감 우려

TPP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 무엇보다 ‘한미 FTA’의 선점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크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 미국과 협정을 맺고 무관세로 들어갈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며 “특히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산업에서 아직 FTA 효과가 완전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TPP로 따라 붙으면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FTA 선점효과’가 줄어든 대표적 예가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다. 한국 제품이 칠레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FTA 발효 직전인 2003년 2.98%에서 2007년 7.23%까지 올랐다가 중-칠레(2006년 10월), 일-칠레 FTA(2007년 9월)가 각각 발효된 2008년에는 5.6%, 2009년에는 5.62%로 각각 떨어졌다. 이미 미-EU FTA 협상이 시작됐고 TPP도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한국이 미국에서 ‘무관세 효과’를 한껏 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우월한 조건’이 유지될 앞으로의 2∼3년이 한국의 통상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통상기능을 어느 부처에서 관장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난국을 하루 빨리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진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일본 등과 동아시아 시장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략을 미리 준비하는 게 급선무”라며 “개별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김철중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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