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대주교 성추문 의혹에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언론 “오브라이언 추기경, 사제들에 부적절한 행위”

성 추문 논란에 휩싸인 영국 가톨릭교회 최고 성직자 키스 오브라이언 추기경(74·사진)이 스코틀랜드 대주교 직을 전격 사임했다고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사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내가 재임 중 피해를 본 이들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며 “다음 달 열릴 교황 선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 가톨릭교회는 이번 교황 선출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24일 일간지 가디언은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1980년대에 휘하 사제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위’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 현직 사제 3명과 전직 사제 1명이 “우리를 비롯한 사제와 신학생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안토니오 메니니 영국 주재 바티칸 대사에게 탄원서를 보낸 것.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행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성명에서 “다음 달 17일 교회법에 따른 대주교직 은퇴 연령인 만 75세가 되기 때문에 사임하는 것”이라며 “최근 나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 때문에 콘클라베가 언론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발 앞서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탄원에 참여한 전직 사제는 “세인트앤드루스대 신학대 재학 중 저녁 미사가 끝난 뒤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나에게 접근해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며 “그가 주교 자리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뒤 성직자의 길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현직 사제는 “밤늦게 술을 곁들인 모임을 한 뒤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나에게 원하지 않는 행위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성추문#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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