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수도 카불의 관문인 와르다크 주에서 활동 중인 미국 특수부대에 2주 내로 떠나라고 요구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4일 직접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군 특수부대 소속 아프간인들이 무고한 주민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개입했다”며 “와르다크 주에서 2주 내로 철수할 것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대통령실의 아이말 파이지 대변인은 이날 “미군 특수부대가 민간인 살해와 고문으로 민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이러한 행동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개입 여부도 부인하고 있다”며 “아프간 정부는 이런 행동을 중단시킬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프간 국방부에도 미 특수부대가 확실하게 나가도록 하라는 임무가 하달됐다”고 발표했다.
와르다크 주는 수도 카불에서 불과 40km 남서쪽으로 떨어진 지역. 탈레반이 수도를 공격할 때 지나야 하는 관문이자 미군 대테러 진압작전의 핵심지역이다. 이곳에서 미 특수부대가 철수한다면 미군의 대테러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철수 명령은 18일 아프간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군이 창설한 아프간인 특수부대의 작전금지와 아프간군 편입 방안이 논의된 이후에 나온 첫 조치다. 와르다크 주에선 최근 민간인 9명이 실종됐다. 또 한 학생이 밤에 끌려 나갔다 이틀 뒤 고문당하고 참수된 시신으로 발견되자 아프간 당국은 이를 미군 소속 아프간인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미군 소속 아프간인 특수부대는 지역별로 현지 미군이 필요에 따라 은밀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와 조직 구성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이런 부대의 활동이 치안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민심만 자극한다고 보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철수 명령에 대해 미군은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며 아프간 정부와 논의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 6만6000명을 2014년까지 완전히 철수하고 치안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카르자이 대통령은 최근 “외국군이 철수하는 것은 기쁜 일이며 아프간 국민이 아프간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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