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군사 부문에서는 굴기(굴起·떨쳐 일어남)에 성공한 중국이 주변국 관계에서는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워드 러트왁 선임 고문(사진)은 최근 출간한 저서 ‘중국 굴기와 전략논리’에서 이를 ‘대국고독증(大國孤獨症)’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북한, 파키스탄과 함께 중국의 3대 우방인 미얀마의 사례를 통해 중국의 고독을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해군은 첫 항모 랴오닝(遼寧)호에서 최초로 함재기 이착륙에 성공했다. 고도 기술이 필요한 함재기 이착륙 성공은 중국의 국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같은 달 미얀마에서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곤 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미얀마는 일찍이 중국 세력권의 일부분이었지만 중국이 너무 강해졌다는 점을 깨닫자 기존 관계를 청산하고 서방에 접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러트왁 고문은 중국의 고독증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대외 정책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변국에 반발 심리를 불러일으켜 일종의 ‘항중(抗中) 동맹’이 결성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인도와 베트남은 잠수함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일본은 필리핀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대국고독증은 공업화 직후의 독일이나 냉전 이후 미국도 경험했다.
러트왁 고문은 강경 외교의 근저에는 중국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경제·군사적 굴기 외에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민족주의 정서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과거 허약했던 때 당했던 구원(舊怨)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심리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는데 중국이 현재 그런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서가 정치권의 통치행위와 결합되고 있다는 것. 개혁·개방 이후 공산주의가 더이상 주도적 이데올로기로서 기능을 못하게 되자 공산당은 국민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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