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에 감염돼 태어나 천형(天刑)처럼 이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에이즈 베이비’. 유엔은 2011년에만 세계적으로 33만여 명이 태어났고 지금까지 약 300만 명의 ‘에이즈 베이비’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즈에 걸려 태어난 신생아가 세계 최초로 완치됐다는 치료 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이들에게 빛이 될지 주목된다.
미시시피대 의료팀은 3일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감염학회에서 “2010년 7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태어난 신생아가 출생 후 2년 6개월 만에 완치됐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이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의료팀은 신생아가 태어난 지 30시간 후부터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투약하면서 강력한 치료를 진행했다. 신생아가 감당할 수 있는 약품은 두 개까지라는 의료계 통념도 깨고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약품을 동시에 투약했다. 그 결과 한 달 뒤부터 HIV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18개월부터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투약을 중단했다. 이후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9개월을 관찰한 결과 씻은 듯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완치 판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HIV가 태아의 몸속에 병원소(病原巢·reservoir of infection)를 형성하기 전에 조기에 치료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고 보고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데버러 퍼소드 교수는 “미시시피대의 치료 방법으로 에이즈 베이비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수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미 의학계는 더욱 고무되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를 ‘에이즈 베이비’의 90%가량이 태어나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완치된 신생아는 엄마가 에이즈에 걸려 있어 태아 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치료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선진 의료기술이 없어 태어나기 전에 에이즈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생후 6주 뒤에나 HIV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연구에 참여한 미시시피대 브라이슨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접한 가장 흥분된 소식”이라고 말했다.
세계 의학계에서 성인 에이즈 환자 중 지금까지 완치된 것으로 평가받는 유일한 사례는 티머시 브라운 씨(47)다. 그는 1981년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힘든 치료과정을 거쳐 HIV가 사라진 것으로 판정됐으며 지금도 건강하다. 의료계에서는 그가 완치된 원인을 놓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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