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개최 날짜를 정하기 위해 4일 시작된 추기경단 전체회의에서 사제들의 성추문과 교황청 개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142명이 참여한 첫날 회의에서 추기경들은 베네딕토 16세의 지시로 교황청 내부의 부정부패와 성추문, 동성애 등을 조사한 추기경 3명의 비밀보고서에 대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시카고 대교구장인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은 첫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차기 교황은 어린이를 성추행한 성직자들을 교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어린이 추행은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는 보편적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 추기경의 공개적인 성추행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회의가 진척되면 교황청 운영에 관여한 추기경들에게 질문할 것이며, 어떤 주제든 거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필리프 바르뱅 추기경도 “최근 논란이 된 교황청 운영 문제 등 바티칸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 대교구장인 앙드레 뱅트루아 추기경도 “새 교황은 필연적으로 그런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르몽드지가 5일 보도했다. 사제들의 성학대 피해자모임은 “조지 추기경의 언급에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어린이 보호 조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필립 타르타글리아 추기경은 영국 가톨릭교회 최고성직자인 키스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제자 성추행과 관련해 “그의 행동이 교회의 위선에 통렬한 책임을 남겼다”며 “스코틀랜드 교회의 신뢰와 도덕적 권위에 치명타가 됐다”고 전례 없이 강하게 비판했다.
차기 교황이 부활절 예배를 주관하려면 17일까지 선출돼야 하는 만큼 콘클라베는 10, 11일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추기경 선거인단 115명 중 3분의 2인 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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