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망 이후 공석이 된 중남미 좌파의 ‘맏형’ 역할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물들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9년 차베스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21세기 들어 중남미에는 좌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2003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중남미 반미(反美) 강경 좌파는 차베스가 구심점이 됐고 중도 실용 좌파는 룰라가 대부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룰라 전 대통령은 3선 제한 때문에 2011년 물러났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로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등이 꼽힌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도 다음 달 14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후보군에 합류하게 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을 이끌고 있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 “차베스 사후 중남미에서 가장 이득을 볼 국가는 브라질”이라며 “중남미 좌파 국가들이 브라질을 따라 보다 실용적인 노선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호세프는 중남미 좌파를 이끄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며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치는 등 룰라가 겪지 않았던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한 코레아 대통령은 ‘제2의 차베스’라고 불릴 만큼 차베스와 정책성향이 비슷하고 차베스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2007년 집권한 뒤 ‘오일 달러’를 이용해 빈민층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석유매장량은 65억 배럴로 2112억 배럴인 베네수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른 좌파 국가들에 지원할 오일 달러가 없다는 것이다. 카리스마도 차베스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07년 집권한 뒤 재선에 성공해 2015년까지 재직하게 된다. FP는 “중남미 좌파의 새 지도자 자리를 노리는 페르난데스의 시도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는 지난해 1.9% 성장에 그쳤고 페르난데스에 대한 지지율도 30% 수준으로 추락해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형편이라고 FP는 지적했다.
마두로 임시 대통령은 차베스의 공식 후계자라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그는 차베스의 정책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6년 동안 외교장관을 지내면서 차베스 정부의 외교정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마두로는 차베스에 비해 카리스마도, 정치력도 부족해 친(親)차베스 진영의 통합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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