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중국석유화공(SINOPEC)은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TOTAL)의 나이지리아 해저유전 지분 20%를 25억 달러(약 2조7400억 원)에 사들였다. 중국석화는 2009년에도 나이지리아 등에 유전을 갖고 있는 스위스 아덱스석유를 72억 달러(약 7조9000억 원)에 인수했다.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은 나이지리아 남부의 경제수도 라고스에서 서부의 행정수도 아부자를 잇는 철도건설 사업을 맡고 있으며 통신회사 화웨이(華爲)는 저가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나이지리아 투자는 2010년 이후에만 100억 달러가 넘는다. 수치만 보면 중국은 나이지리아의 은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 북부의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중국인 근로자가 총격을 받아 숨지고, 같은 달 시장에서 물건을 사던 중국인 3명도 무장괴한에게 피습돼 사망했다. 반중(反中) 감정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라미도 사누시 중앙은행 총재는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자국에 들끓는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공포증)’의 진상을 소개했다. 그는 “아프리카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에 스스로 문을 열고 있다”며 중국을 신(新)식민주의 국가로 묘사했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은 원자재를 갖고 가고 그 대신 공산품을 팔아 아프리카 산업의 공동화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중국은 더이상 우리처럼 저개발국이 아니다. 서방처럼 착취 능력을 갖춘 거대 경제국이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아프리카는 중국의 ‘포식성(predatory)’ 교역 관행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 보조금과 환율조작을 통한 중국의 저가 공산품 공세를 경고했다.
사누시 총재의 중국 비판은 아프리카에 확산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반영한 것.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과 인프라 시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현지 고용보다는 중국 인력을 데려다 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플랜트 공사를 중국이 싹쓸이하는데 중국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인구 1750만 명의 앙골라에는 이미 중국인 20여만 명이 진출해 있다.
중국은 동시에 아프리카의 공산품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의 총수입 중 중국산이 18%에 이른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면서 현지의 취약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FT는 아프리카와 중국 간 교역액이 지난해 2000억 달러(유엔 추정)로 2000년의 20배로 늘어나는 동안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에서 10.5%로 줄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중국을 도외시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외에는 손을 벌릴 데가 없어서다. 잠비아의 구리 채굴권을 중국이 싹쓸이한 것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서방 기업들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잠비아 정부는 광산 소득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주고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위안화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사누시 총재는 “아프리카가 당장 중국과 이혼하라는 건 아니다. 착취를 인식하고 재검토하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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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3 10:35:35
온 세상이 중국 폐해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럴수록 한국은 다르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하겠지만 자칫하다간 한국만 봉이 될 수도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