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구제금융 대가로 예금자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당초 구제안에 대한 키프로스 예금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소액예금자에 대한 과세를 철회해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방안도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의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18일 “10만 유로(약 1억4400만 원) 이하의 예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는 9.9%, 그 이하는 6.75%의 세율을 책정한 초기 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1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20일 오전 1시)에 이뤄질 키프로스 의회의 구제금융 비준안 표결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구제금융 합의를 주도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의 민주회복당이 의회 전체 57석 중 불과 20석만 차지하고 있다. 소액예금 과세를 포기한 키프로스 정부는 대신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 대해 15.6%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와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유럽연합(EU)의 존립 근거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최고경영자는 “키프로스 사태로 유럽의 정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은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유럽의 정치 질서에 대한 신뢰 상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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