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영향력 있는 외교 전문가들이 대북 정책을 놓고 이례적으로 공개 논쟁을 벌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내 기류가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산당 고급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20일 환추(環球)시보에 ‘북한의 핵 포기는 평화기제의 전제조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달 초 국무원 직속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런웨이둥(任衛東) 연구원이 같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반박한 것이다. 런 연구원은 “미국이 북-중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자는 주장을 폈다.
장 교수는 “런 연구원은 시종일관 냉전적 사고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위협이지만 북핵이 중국에 위해가 될지 불분명하다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북핵이 중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주관적 상상일 뿐”이라며 “북이 핵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중국에 대한 위협은 지척에 있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특히 “북한이 6자회담을 탈퇴하고 정전협정을 폐기하려는 것은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시도”라며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의 핵보유가 합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의 평화기제가 만들어지면 각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일체의 수단을 잃게 된다”며 “(북한의) 핵 포기는 필수 전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 보유를 인정받으면 이는 주변국을 위협하는 ‘단 날의 칼’이 된다”며 “일부에선 대북 원조를 확대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유치한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