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포기 안해”…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비판
오바마가 선물한 목련묘목… 이 “검역 미필” 뽑아버려
중동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21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행정 수도 라말라를 방문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라말라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팔레스타인인은 그들만의 국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점령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주권국가를 수립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평화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현안인 정착촌 건설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취임 이후 첫 이스라엘 방문 과정에서 갖가지 화젯거리가 나왔다.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사건은 일명 ‘목련 사건’으로 이스라엘 당국이 오바마 대통령이 심은 목련나무를 뽑아버린 것.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선물로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으로 목련나무 묘목을 실어와 20일 대통령 궁 앞뜰에서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함께 식수 행사를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농무부는 “해외 농산물 반입 규정에 따라 이스라엘로 들여오는 모든 묘목은 해충 피해에 대한 안전 점검을 거쳐야 한다”며 곧바로 이 나무를 뽑아버렸다. 이 나무가 검사를 통과하면 2, 3주 뒤 다시 심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이) 오바마에 대한 반가움을 가진 동시에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찾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스트(짐승)’로 불리는 오바마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텔아비브 길거리 한복판에서 고장으로 꼼짝하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이스라엘로 공수된 리무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에 맞춰 공항으로 가다가 멈춰 서 견인됐다. 미 비밀경호국(SS)은 “연료 문제는 아니다”라며 “고장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뒤 다른 리무진이 긴급 투입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도 화제였다. 텔아비브 공항에 내린 오바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미국) 의회를 안 보니까 기분 좋다”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최근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 협상으로 의회와 타협이 지지부진한 것을 빗댄 발언이었다.
또 공항 영접행사에서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카펫에 그은 ‘레드라인(빨간 선)’을 따라 걸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언제나 ‘레드라인(금지선)’ 얘기를 했다”며 “이스라엘은 확실히 레드라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농담을 던져 환영객들로부터 웃음을 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핵개발에 무력 대응하는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수차례 압박한 것을 받아친 것.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시리아가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개발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며 아직 그럴 시간이 있다”며 “그렇지만 만일 외교가 실패하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