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풍요의 늪서 허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로이터 “과도한 복지에 안주… 경쟁력-생산성 동반 하락”

노르웨이가 풍요의 안락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 1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로 선정한 나라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약 1억1110만 원)가 넘고 외환 보유액은 국내총생산 4998억 달러(2011년)의 1.4배인 70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월급과 복지가 가져다주는 행복한 여가와 가족적인 삶에 빠져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했다.

노르웨이의 위기를 요약하면 고임금에 따른 내수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 생산성의 하락이다. 노르웨이의 임금은 2000년 이후 63%나 상승했다. 이는 독일과 스웨덴보다 6배 높다. 최근 노르웨이 국영석유기업 스타토일이 낸 입찰에서 노르웨이 조선건설 중장비 그룹인 크베너가 대우조선해양에 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가 생활은 늘어나고 있다. 목요일 오후부터 주말여행을 떠나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근로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근로시간이 10% 늘어나지 않는다면 저축한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최근 “노르웨이의 과도한 복지제도가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리스조차 노르웨이 근로자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개탄했다.

이바르 프로네스 오슬로대 교수는 “사람들은 집과 산, 해변의 별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며 “풍요가 사회를 서서히 좀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인구 500만 명인 노르웨이가 해마다 받아들이는 이민자 수는 5만 명 정도. 결코 적지 않지만 문제는 실제 필요한 숙련 기술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정치권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는 정치적으로 자살폭탄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것이어서 침묵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국민도 당장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을 고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노르웨이#풍요#경쟁력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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