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타조 가죽 코트 1만3900달러, 이탈리아산 가죽 바지 5600달러, 금속 징이 붙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여성용 블랙 가죽 재킷 1200달러….'
베스트셀러 '프라이데잇 나잇 라이츠' 작가로 유명한 퓰리처 수상자 버즈 비싱어(59)가 쇼핑 중독증세로 고생 중이라고 고백해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인 그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옷을 사는데 자그마치 58만7412달러(한화로 약 6억5300만원)를 썼다고 남성전문지인 미국 GQ 4월호에 털어놓은 것.
그는 '나의 구찌 중독'이라는 장문의 에세이를 이 잡지에 기고하고 "이러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며 쇼핑중독을 '커밍아웃'했다.
그가 산 품목은 가죽 재킷 81벌, 부츠 12켤레, 가죽 장갑 12개 등 다양했다. 광적인 가죽 마니아인 그는 아들의 대학 수업료에 맞먹는 2만2500달러를 주고 페르시아 양털이 들어간 가죽 코트를 충동 구매한 적도 있다. 심지어는 비슷비슷한 옷도 많았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되면 여자 옷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물색없이 옷을 사던 그는 지난 1월 구찌의 초대로 밀라노 패션 위크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중독증세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밀라노 파크 하야트 호텔에 도착했을 때, 구찌의 2013-2014 남성 추동복 컬렉션 초대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좌석은 프런트 석이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보그 등 패션지 에디터가 앉는 자리다. 그런데 쉰 넘은, 패션 불모지인 필라델피아에 사는 내가 무대 앞좌석을 배정받다니!"
사실 그는 밀라노 컬렉션에 패션 기자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 구찌의 VIP 고객으로 초청받아 온 것이다. 여행경비는 모두 구찌가 댔는데, 세계에서 오직 5명만이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아르헨티나, 캐나다, 독일,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온 나까지 우리 5명은 밀라노 패션위크 동안 누가 더 많이 사나 '구찌 올림픽'을 치르러 왔다"고 고백했다.
미국을 떠나기 전 그는 아내에게 쇼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수술로 엉덩이 살을 제거하고, 보톡스로 얼굴을 팽팽하게 만든 마네킹 같은" 소년들이 신상 옷을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걸 본 순간, 그 약속은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비싱어는 "나는 중독됐다. 약이나 도박이 아니라 쇼핑 중독"이라며 "로커, 엣지, 날씬, 나쁜남자, 스타일리시, 열정, 자신감 등 내가 되고 싶은 모든 모습을 구찌 옷이 이뤄주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옷에만 중독된 것이 아니었다. 과거 한때 그는 섹스 중독으로 고생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결혼이 실패로 돌아간 후 그는 친구들과 홍콩과 마카오에 있는 홍등가를 전전하며 지칠 때까지 즐기는 등 지나치게 성관계에 탐닉했다고.
밀라노 패션 위크에 다녀온 뒤 큰 깨달음을 얻는 비싱어는 지금은 착실히 심리치료에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구찌가 스폰을 댄 4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 동안 그의 의류 구매 비용은 5만1000달러(약 5670만원) 더 늘어 총 63만8412달러(약 7억960만원)가 됐다고 한다. '값비싼' 교훈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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