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오사카(大阪)에서 ‘약식 장례’가 유행하고 있다고 NHK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친척이나 친구, 회사 동료들이 참석해 쓰야(通夜·밤샘)나 고별식을 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가족끼리 간단히 장례를 지내는 것이 약식 장례다.
장례정보업체가 지난해 말 일본 전국의 장의업자 약 200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수도권인 간토(關東) 지방에서 치러진 장례의 22.3%가 약식으로 치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사카가 속한 긴키(近畿) 지방에선 9.1%였다. NHK방송은 “대도시에서 약식 장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보통 시신을 화장하기 전날 가족과 가까운 친척, 지인이 모여 밤을 새우는 쓰야를 치른다. 시신을 화장한 뒤에는 더 많은 지인을 불러 고별식을 한다. 두 행사 모두 승려를 불러 독경을 하면 평균 200만∼300만 엔(약 2300만∼3500만 원)의 장례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은 고별식 참석자가 내는 부의금으로 충당한다.
장의업자 조사 결과 쓰야와 고별식을 생략한 약식 장례에는 평균 18만 엔이 필요했다. 장의업자의 약 40%는 약식 장례가 늘어나는 이유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2010년 종교학자인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60) 씨는 ‘장례식은 필요없다’란 책을 내놓으며 그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장례비용뿐 아니라 허례허식에 대한 반성, 무연(無緣)사회의 확산을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일본에선 장례 불필요 혹은 장례 간소화 목소리가 크게 늘었다.
시마다 씨에 따르면 일본이 고도성장을 하던 1960∼1980년대 장례식은 가족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화려한 제단, 초호화 영정 차량이 당시에 유행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허례허식에 대한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이웃은 물론이고 가족과도 단절된 삶을 살다가 고독사(孤獨死)하는 노인이 많은 일본에선 ‘소원했던 가족, 친척들이 모이는 기회’인 장례식의 의미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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