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고별식 생략 日 약식 장례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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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업자 “비용 싸기 때문”

일본 도쿄(東京) 오사카(大阪)에서 ‘약식 장례’가 유행하고 있다고 NHK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친척이나 친구, 회사 동료들이 참석해 쓰야(通夜·밤샘)나 고별식을 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가족끼리 간단히 장례를 지내는 것이 약식 장례다.

장례정보업체가 지난해 말 일본 전국의 장의업자 약 200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수도권인 간토(關東) 지방에서 치러진 장례의 22.3%가 약식으로 치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사카가 속한 긴키(近畿) 지방에선 9.1%였다. NHK방송은 “대도시에서 약식 장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보통 시신을 화장하기 전날 가족과 가까운 친척, 지인이 모여 밤을 새우는 쓰야를 치른다. 시신을 화장한 뒤에는 더 많은 지인을 불러 고별식을 한다. 두 행사 모두 승려를 불러 독경을 하면 평균 200만∼300만 엔(약 2300만∼3500만 원)의 장례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은 고별식 참석자가 내는 부의금으로 충당한다.

장의업자 조사 결과 쓰야와 고별식을 생략한 약식 장례에는 평균 18만 엔이 필요했다. 장의업자의 약 40%는 약식 장례가 늘어나는 이유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2010년 종교학자인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60) 씨는 ‘장례식은 필요없다’란 책을 내놓으며 그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장례비용뿐 아니라 허례허식에 대한 반성, 무연(無緣)사회의 확산을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일본에선 장례 불필요 혹은 장례 간소화 목소리가 크게 늘었다.

시마다 씨에 따르면 일본이 고도성장을 하던 1960∼1980년대 장례식은 가족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화려한 제단, 초호화 영정 차량이 당시에 유행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허례허식에 대한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이웃은 물론이고 가족과도 단절된 삶을 살다가 고독사(孤獨死)하는 노인이 많은 일본에선 ‘소원했던 가족, 친척들이 모이는 기회’인 장례식의 의미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장의업자#고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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