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취임 3개월을 맞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다른 여야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아베 총리의 인기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26일 출범 후 3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최근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70% 내외를 보인다. 무제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나타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면서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국민적 지지는 아베 총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집권 초 그는 “참의원 선거 전까지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달 초 민영방송에 출연해 전쟁과 군대 보유 금지를 명기한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뜻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가 블랙홀처럼 인기를 빨아들여 나머지 정치인들은 빛을 잃고 있다.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겸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상대적 존재감 하락이 가장 눈에 두드러진다.
하시모토 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오사카가 속한 긴키(近畿)지역에서 주로 당선된 일본유신회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 하락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에 있고 의원들은 모두 도쿄에서 활동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시모토 시장은 e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로 의원들에게 지시사항을 보내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하시모토 시장과 일본유신회 의원들이 따로 행동하면서 하시모토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대표도 존재감이 사라졌다. 야마구치 대표는 집단적 자위권 불인정, 헌법개정 반대 등을 밝히며 아베 총리의 극우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자민당에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산케이신문은 27일 “존재감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공명당”이라고 표현했다.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 민주당은 5%로 45%인 자민당에 크게 뒤졌다. 가이에다 대표의 움직임은 일본 언론에서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아베 총리 앞길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무제한으로 돈을 풀다 보면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36%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마저 압승해 본격적으로 ‘아베 색채’를 드러내면 이웃 국가와 외교적 마찰도 커질 수 있다. 곳곳에 널린 지뢰를 얼마나 잘 피해 가느냐에 따라 아베 정권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2001년 4월∼200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년 이상 존재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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