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가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와 관련해 대타협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9, 30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으로 막판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일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2003년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 이후 10년 만으로 쿠릴 4개 섬 반환 협상과 관련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영토분쟁 등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동아시아 정치 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쿠릴 4개 섬 반환 문제와 함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일본 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모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복선도 깔고 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쿠릴 4개 섬은 홋카이도 동북쪽 쿠릴 열도 최남단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 이투루프(에토로후·擇捉) 시코탄(시코탄·色丹) 하보마이(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을 말한다. 1905년 러일전쟁 승리로 일본이 차지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이 점령했다. 구소련은 1956년 일-소 공동선언에서 2개 섬 양도를 약속했으나 일본 정부가 4개 섬 일괄 반환을 요구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후 일본은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총리와 만나 4개 섬을 반환받되 일정 기간 러시아의 시정권(施政權)을 인정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2개 섬 우선 반환, 면적 이등분론 등 들쭉날쭉한 제안을 쏟아내며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2010년 11월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쿠나시르를 방문해 일본에 충격을 안겼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였다. 그는 취임 전 가진 일본 언론 등과의 회견에서 “영토문제도 유도의 히키와케(引き分け·무승부)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며 대타협을 시사했다. 일본은 아베 정권이 출범한 뒤인 올 2월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해 협상 가능성을 모색했다. 모리 전 총리는 출발에 앞서 “에토로후 섬을 포기하고 3개 섬을 반환받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극동아시아 개발과 관련해 일본의 자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의 셰일가스(퇴적암인 셰일 층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 개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의 가스 공급 확대도 러시아 경제의 미래와 직결된다. 일본은 북방영토 반환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포위망을 완성하는 데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하다. 양국 간 대타협론이 대두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4개 섬의 일부를 일본에 양보하면, 마찬가지로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와 발트 해 연안국들이 똑같은 요구를 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4개 섬을 지렛대로 일본에서 경제협력만 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어느 정도 선에서 러시아와 타협할 것인지를 놓고 국내 여론이 엇갈린다. 영토 내셔널리즘이 고조되는 가운데 특정 정권이 총대를 메고 협상을 마무리 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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