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집권 2기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양대 개혁이 상반된 운명을 맞고 있다. 상원 8인 그룹이 주도해 온 이민 개혁은 큰 틀의 합의점을 찾아 의회 통과까지 수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총기 규제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 미 언론은 “이민 개혁은 쌩쌩 달리는 고속 자동차 같지만 총기 규제는 조금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고물 자동차 같다”고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16일과 29일 총기 규제와 이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각각 하면서 법제화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민법 최종 법안은 1월 28일 상원 8인 그룹이 발표한 불법 체류자 시민권 취득 확대, 국경 감시 강화, 기업 고용확인제도 마련 등 초안 내용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난관이던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취업비자도 최대 20만 명 선에서 지급하기로 기업과 노동계가 합의했다. 8인 그룹 중 한 명인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은 7일 “불협화음이 모두 잘 해결됐다”며 “이번 주말까지 법안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당적 상원 그룹이 만든 법안이니만큼 상원 통과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이 별도의 이민개혁안을 마련해 상하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8월까지는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면 총기 규제는 진전이 거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 소지 금지, 고성능 탄창 규제, 예외 없는 신원조사 등 3대 개혁을 내걸었지만 요즘은 신원조사 강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신원조사마저도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민주당 중진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이 내놓은 총기 규제 법안이 가장 유력하지만 의회 처리 때 공격용 무기 소지 금지 항목은 빠지고 신원조사 항목도 상당 부분 약화된 ‘속 빈 강정’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4일 “총기 규제안의 의회 통과가 이민 개혁안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추진된 양대 개혁이 상반된 결과로 가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다른 의회 접근 방식과 선거 변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민 개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 철저하게 인사이더(내부자)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직접 게임에 뛰어들어 의원들과 막후 협상을 통해 절충안을 찾아가는 동시에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게 한발 뒤로 물러서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총기 규제는 의원 설득보다는 아웃사이더(외부자)로 전국을 돌며 로드쇼 스타일의 대국민 홍보에 치중하는 대결 국면을 만들면서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분석했다.
또 내년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는 핵심 이슈이지만 이민 개혁은 쟁점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이유로 지적된다. 총기 규제는 진보 성향의 서부와 동부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 정서가 강하다. 이민 문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지난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의 중요성을 깨달은 공화당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선거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WSJ는 “총기 규제와 이민 개혁은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반영한다”며 “둘 중에서 하나만 의회를 통과해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큰 업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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