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게토(유대인 강제거주지역)에서 벌어진 봉기 70주년을 맞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담은 10대 소녀의 일기장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스라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센터가 7일 공개한 소녀의 일기는 모눈종이 5장 앞뒷면에 걸쳐 빼곡히 적혀 있다. 일기는 1943년 4월 23일 시작돼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졌다.
당시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녀는 일기에서 벙커의 단면도, 침대의 위치 같은 세세한 정보 외에 나치 독일군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전기가 끊기고 식량이 부족해 저장해 놓은 양파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장면 등을 묘사했다. 1943년 4월 19일 나치 독일군은 바르샤바 게토에 대한 소탕작전 명령을 내렸고 주민 5만여 명은 미리 마련한 벙커로 내려가 몸을 숨긴 채 저항했다.
일부 학자는 소녀의 일기를 ‘안네의 일기’와 비교하기도 했다. 야드 바솀 센터의 다비드 실베르클랑 박사는 “안네 프랑크는 가족과 함께 비교적 평온한 2년간의 피신 생활을 통해 자신의 용모나 이웃 소년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바르샤바 소녀는 전투가 계속돼 연기로 질식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기를 써 나갔다”고 평가했다.
나치는 그해 5월 8일부터 며칠간 벙커에 숨어있는 유대인을 모두 끌어내기 위해 가스 및 화염방사기를 무자비하게 사용했다. 소녀는 5월 10일 “사람들이 모두 연기에 질식하며 신을 찾고 있지만 신은 스핑크스처럼 침묵할 뿐 응답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기록을 마쳤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소녀는 숨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대인 1만3000여 명이 사망하고 약 5만6000명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바르샤바 게토 봉기는 5월 16일 나치에 의해 진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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