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귀족 소장 피카소 대표작 868억원에 카타르 부호가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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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영국 예술계 수치” 비판 쏟아져

“르네상스 거장의 그림을 사는 데 쓴 돈을 피카소의 대표작에는 못 쓰나? 그러고도 런던이 현대 예술의 떠오르는 심장부라고?”

영국 예술계가 자탄에 빠졌다. BBC방송은 12일 “스페인 출신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가 1901년 20세 때 그린 ‘비둘기를 든 소녀’(사진)가 카타르의 한 부호에게 5000만 파운드(약 868억 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 그림은 1924년 영국에 들어왔다. 1947년부터 웨일스 귀족 아베콘웨이 가문이 소유했다. 지난해 초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이 거래되자 영국 정부는 일시 반출 금지령을 내리고 국내 구매자를 물색했다. 그러나 결국 반출 금지 기한인 지난해 12월까지 구매자가 나서지 않아 카타르의 낙찰자 손에 넘어갔다. 영국에서는 5월 27일 막을 내리는 런던 코톨드 갤러리 기획전 ‘피카소의 형성: 파리, 1901년’이 고별전이 된 셈이다.

로드 잉글우드 국립예술원 평론위원회장은 “이 그림은 피카소가 인상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 어두운 청회색을 주로 써서 궁핍한 삶의 무게에 눌린 사람들의 고독감과 우울함을 표현했던 ‘청색시대’의 문을 열었다”며 “이런 기념비적 작품이 외국에 팔리도록 방치한 것은 영국 예술계의 큰 수치”라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이 2009년 같은 가격에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다이아나와 악티온’(1559년)을 사들인 사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일간지 가디언은 “국립미술관과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가 남긴 이 보석 같은 그림과의 이별은 영국 예술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완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카타르는 2011년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단일 예술품 사상 최고 거래가인 1억6200만 파운드(약 2800억 원)에 사들이는 등 최근 글로벌 예술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도 4700만 파운드에 카타르로 팔려갔다. 필립 호프먼 아트펀드협회장은 “카타르는 엄청난 규모의 미술관과 예술품 컬렉션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중동 예술시장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피카소#그림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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