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이 2011년에 이어 2년째 줄어들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세계 군사력 경쟁의 판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5일 보고서를 내고 2011년 달러 가치로 환산한 지난해 세계 172개국의 군사비 지출은 1조7330억 달러(약 1958조2900억 원)로 전년(약 1조7410억 달러)보다 80억 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세계 군사비 지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99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1위 군사대국 미국의 군비 지출 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난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6688억 달러를 나타냈다. SIPRI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8년 5575억 달러에서 탈냉전을 고비로 줄어든 미 군사비는 1998년 3785억 달러로 최저치를 나타낸 뒤 계속 증가해 2010년 72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2년 연속 내림세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이 전 세계 합계의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0년대 탈냉전 이후 처음이라고 SIPRI가 지적했다. 2008년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심화됐고 2011년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조치가 발동된 올해의 군사비 지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IPRI는 “미국뿐 아니라 중·서부 유럽 국가들과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우방들의 군사비 지출 감소 추세도 뚜렷했지만 아시아와 동유럽, 중동과 북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군사비 증가로 상쇄됐다”며 “잘사는 서방 국가들과 신흥 지역의 군사비 지출 균형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2대 군사비 지출 국가인 중국은 2012년에 1576억 달러(전년 대비 7.8% 증가)를 기록했다. 3대 국가인 러시아의 군비 지출은 907억 달러(17.1% 증가)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1989년 이후 2010년(7.5%)을 빼고는 매년 국방예산을 10% 이상 증액해 왔다. 2002년에도 전년 대비 11.2% 늘렸을 뿐 아니라 지난달 공개된 올해 국방예산도 10.7% 늘려 잡았다. 최근 10년(2004∼2013년)에 위안화 기준으로 국방비 증가율은 240.18%에 이른다.
중국이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해 연구개발비나 우주개발 예산 등에 국방비를 은닉해 분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예산은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서방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 증액은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원유와 수출입 수송로의 안전 확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 강대국의 대중(對中) 봉쇄 전략 타개, 주변국과의 해상 영토 분쟁 대응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남북 간 군비경쟁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2010년 299억 달러에서 2012년 315억 달러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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