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지금껏 못본 가장 복잡한 범죄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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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에 대한 수사가 사건 발생 이틀째인 16일(현지 시간)까지 실마리를 잡지 못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은 “수사 당국자들이 지금껏 맞닥뜨린 범죄 현장 중 가장 복잡한 현장이 보스턴이라고 발언했다”며 수사가 예상보다 오래갈 가능성을 점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건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단서나 용의자, 범행 동기를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범인에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밝히고 FBI 보스턴 지부장도 “지구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겠다”며 총력 수사를 다짐했지만 현장의 증거물 조사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테러 직후 인근 리비어 지역의 아파트를 수색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당초 용의자로 의심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남성도 혐의가 풀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보스턴 경찰과 소방관 노동조합은 이날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5만 달러(약 5590만 원)의 상금을 제공하겠다며 시민의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수사는 폭탄 잔해물 검사와 현장을 찍은 영상 판독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물은 버지니아 인근 콴티코에 있는 FBI 연구소로 보내 검사를 하고 있다. 잔해물 규모가 워낙 방대해 언제쯤 검사 결과가 나올지 불분명하다고 익명의 수사 당국자가 밝혔다. 폭발물인 압력솥을 분해한 결과 폭탄 제조 과정이 조잡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 테러조직보다는 미국 내에서 일어난 자생적 테러집단의 공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BI는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조직이 보스턴 공격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도 이번 사건이 “(국제 테러조직의) 광범위한 모의에 의해 진행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폭발 장소가 결승점 부근이라 시민들이 영상 촬영을 많이 한 덕분에 수사당국이 많은 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상의 한 프레임씩 샅샅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FBI로부터 이번 사건의 브리핑을 받은 의원들은 “수사에 큰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범인이 국내 세력인지, 해외 세력인지에 대한 것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평소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꼽혔던 보스턴에 폭발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인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인 명문대를 두고 있고 시민들의 지식수준도 높은 보스턴은 2010년 미국 안전인증기관 UL이 선정한 ‘어린아이를 둔 가족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도시’ 10곳에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스턴이 진보적 정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국내외 단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스턴은 1960년대 말 미국 반전운동의 중심지로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2001년 9·11테러 당시 피랍 항공기 4대 중 2대가 이륙한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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