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스턴테러 용의자 닷새만에 검거…부상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0일 1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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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형제 2명 중 도주했던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19일(현지시간)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보스턴 경찰 등 수사 당국은 이날 오후 8시45분경 매사추세츠 주 워터타운 지역의 한 주택가에서 조하르와 수 시간 동안 대치하다 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조하르는 체포 직전 주택가의 보트 속에 숨어있었다.

조하르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쳤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검거 현장을 목격했다는 현지 언론 보스턴글로브의 한 기자는 트위터에 "용의자가 피범벅이 된 상태이나 의식이 살아있다"고 올렸다.

수사 당국은 조하르의 몸 상태를 살펴가며 본격적인 조사를 할 예정이며, 조하르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후 유무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자료 등을 감안할 때 조하르가 수일 내에 연방검찰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하르의 형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이날 동생과 함께 도주하다 새벽 1시15분경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그는 몸에 폭탄을 두른 채 경찰에 달려들다 총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보스턴 테러 사건 용의자 체포는 지난 15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 만에 마무리됐다. 경찰이 이들 형제의 움직임을 전날 밤 포착해 추격을 시작한 지 22시간여 만이다.

토머스 메니노 보스턴 시장은 트위터에 "우리가 용의자를 잡았다"는 글을 올렸고, 보스턴 경찰도 트위터에 "체포!!! 추격과 수색을 완수했다. 테러는 끝났다. 그리고 정의가 승리했다"고 용의자 체포의 기쁨을 나타냈다.

▼영화 같은 검거 작전…보스턴 지역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

이날 검거 작전은 영화처럼 극적으로 진행됐다.

FBI는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단서를 잡지 못하자 18일 오후(현지시간) 용의자 2명의 신원을 일반에 공개했다.

조하르는 FBI가 공개수사로 전환한지 26시간 만에 체포됐다.

조하르는 전날 밤 차를 타고 형과 함께 도주하다 형이 숨지자 차를 버린 채 달아났다. 워터타운의 한 주택 숨어 있던 그는 경찰 헬리콥터의 적외선 탐지와 인근 주민의 제보로 위치가 발각됐다.

이에 앞서 차르나예프 형제는 18일(현지시간) 저녁 10시30분경 우연히 MIT 대학 인근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강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이 강도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당국은 전했다.

이후 차르나예프 형제는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 MIT 학교 경찰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뒤 인근에 있던 벤츠 차량을 훔쳐 도주했다. 이들은 특히 벤츠 차량 주인을 인질로 잡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보스턴 마라톤 사건의 범인이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형제는 벤츠 차량 주인을 케임브리지의 한 주유소 앞에 내려준 뒤 도주하던 중 경찰이 근접하자 수제 폭탄을 경찰에게 투척했다. 이 과정에서 형 타메를란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숨 막히는 검거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차르나예프 형제가 살고 있던 케임브리지는 물론 동생 조하르가 검거된 워터타운 등 보스턴 인근 지역은 전례 없는 비상사태가 유지됐다.

당초 경찰은 동생 조하르가 숨어든 워터타운 지역의 20개 블록만 차단했으나 검거작전이 길어지자 보스턴 전역을 대상으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보스턴 인근 지역은 지하철, 버스, 택시, 항공기 등 대중교통 수단이 전면 중단됐으며, 지역주민들의 외출도 금지됐다. 하버드와 MIT 등 인근 대학에도 모두 휴교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동생 조하르에 대한 검거작전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19일 저녁 6시를 전후에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는 누구?

보스턴 마라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차르나예프 형제는 부모 및 여자 형제 2명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체첸계 이민자다. 동생 조하르는 2002년경, 형은 2003년경 각각 미국으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체첸공화국과 인접한 러시아의 북(北) 캅카스 지역에서 태어났다. 무슬림이 인구의 절대다수인 체첸에서는 1994년 이래 러시아 군과 분리주의 반군이 2차례에 걸쳐 전면전을 벌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체첸공화국 문제를 놓고 인종·외교적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과 보스턴 인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주변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범행 동기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또한 평소 소셜미디어 활동을 열심히 해왔는데, 최근 러시아판 소셜미디어 '브이콘탁테'에 코란의 글귀를 인용해 "선행을 하라. 알라는 선행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포된 두 번째 용의자 조하르는 미국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 소재 린지앤드라틴스쿨 출신이다. 이 학교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의 입학률이 높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그는 고교 재학 중이던 2011년에는 케임브리지시 정부로부터 2500달러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조하르는 테러 사건 전까지 주립대인 매사추세츠 대 다트머스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며, 주변인들에게 매우 영리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형 타메를란은 복싱 선수로 워터타운 인근의 2년제 대학에 다니다 프로복싱 선수로 전향했다.

▼배후 및 범행 동기 의문

이들 형제의 범행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는지, 독자적인 범행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아직까지 이들 형제의 배후에 알 카에다 등과 같은 조직이 있었다는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여행·금융거래 기록은 물론 주변관계, 통화·통신 기록 등을 통해 차르나예프 형제와 가족의 배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형제나 가족이 최근 체첸이나 러시아 지역을 여행한 적은 있는지, 있다면 여행 목적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뉴저지 주에 살고 있는 이들 형제의 누이 집까지 수색했다.

한편 숨진 타메를란은 2년 전 FBI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FBI가 국무부의 요청에 따라 2년 전 타메를란을 신문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조사과정에서 특별히 드러난 혐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체첸공화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시각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하르에 대한 검거가 진행되는 동안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조하르의 삼촌 루슬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어서 자수해라"면서 "이번 사건은 체첸인들에게 수치"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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