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대지진 뚫고 태어나 이번 강진에 안타깝게 희생… 中울린 쓰촨 5세 여아

루산 강진에 희생된 다섯 살배기 왕옌샤 양(왼쪽)의 행복했던 모습. 아버지와 함께 춘제(중국 설) 때 찍은 사진이다. 사진 출처 신민왕

5년 전 8만7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대지진 때 구사일생으로 태어난 다섯 살배기 여아가 이번 루산(蘆山) 강진에 희생돼 심금을 울리고 있다.

25일 현지 언론들은 야안(雅安) 시 루산 현 리밍(黎明) 촌에 살던 왕옌샤(王延霞) 양의 짧고도 비극적인 생을 소개했다. 왕 양이 태어난 날은 2008년 5월 13일. 원촨 대지진 바로 다음 날이다. 왕 양의 엄마는 전날인 12일 제왕절개로 출산하려고 병원을 예약했지만 지진 때문에 수술을 못하고 다음 날 왕 양을 낳았다. 부모는 왕 양이 지진의 와중에 태어났기 때문에 평생 재난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왕 양의 다섯 번째 생일이 한 달가량 남은 지난 20일, 루산 지진은 그를 부모의 품에서 앗아가고 말았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자 왕 양의 가족은 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집 근처 담장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왕 양의 머리를 덮쳤다.

아버지 왕훙우(王洪武) 씨는 “옌샤는 원촨 지진 때 세상에 태어나 루산 지진 때 세상을 떠났다”며 딸의 사진을 부여안고 흐느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