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입학 자격 우대 혜택을 주는 미국 대학들의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백인 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하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 보수적인 대법관들이 대학들의 권리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60년대 뉴레프트 운동과 함께 시작된 ‘소수계 우대’의 철학 자체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미국 대학의 입학 전형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인종 간 평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 텍사스주립대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주기 위한 것.
하지만 이 대학에 지원했다 2008년 입학을 거부당한 백인 여학생 애비게일 피셔는 ‘10% 정책’ 때문에 역차별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하급법원은 대학 측의 손을 들어 줬지만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부터 심리를 진행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구두변론이 끝나 여름 휴회가 시작되기 전인 29일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인종으로 입학 여부를 판단하는 대학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새 장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법관 9명 가운데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이 문제에 관여한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을 제외한 8명이 판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03년 유사 소송에서 ‘소수계 우대’에 반대했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보수 성향의 반대파 대법관이 더 많기 때문에 판결의 향방에 주목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과거 두 차례 판결을 통해 ‘소수계 우대’ 전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번 소송은 이미 위헌 판단이 내려진 ‘할당제’와 ‘가산점제’에 이어 ‘10% 정책’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1978년 판결(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의대에 두 차례 낙방한 백인 남성이 낸 소송)에서는 “입학생의 일정 비율을 소수자에게 배정하는 ‘할당제’는 위헌”이라고 했다. 2003년 판결(미시간대 법학대학원에 지원했다 낙방한 백인 학생이 낸 소송)을 통해서는 “소수 인종에게 일률적으로 점수를 더 주는 ‘가산제’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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