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13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던 세르히오 올리베로스 씨는 2011년 문을 닫고 고향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로 돌아갔다. 계속되는 경제위기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가게 유지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저녁에 밥값으로 50유로(약 7만2400원)를 쓰던 손님들이 10유로 이상 쓰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에콰도르 출신 엔지니어인 라몬 아르미호스 씨와 그의 가족들도 최근 스페인을 떠나기로 했다.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제위기와 실업률 증가로 옛 스페인 식민지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대거 떠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스페인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스페인 전체 인구가 1857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은 이 같은 이민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27일 분석했다. 작년 한 해에만 이민자 21만6125명이 스페인을 떠났고 스페인인은 1만337명이 늘어 결과적으로 총 20만5788명의 인구가 줄었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에서는 언어가 같고 자국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스페인으로 과거 10년간 대거 이주했다. 스페인으로의 이민자 수는 2000년 92만4000명이었으나 건설경기 붐을 타고 2010년 570만 명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실업률도 치솟자 이민자들은 스페인을 떠나기 시작했다. 올리베로스 씨는 스페인을 “침몰하는 배”라며 “최근 몇 년간 높은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사업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인구학 연구센터의 알베르트 에스테베 박사는 “스페인은 이제 외국에서 일자리를 얻으러 올 만큼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라며 “남미 출신뿐 아니라 루마니아 모로코 출신들도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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