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꿀벌의 개체 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 살충제 3종에 대해 한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런 이유로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미다클로프리트, 클로티아니딘, 티아메톡삼 등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의 사용을 EU 내에서 2년간 금지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꿀벌의 죽음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 다른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적으로 2년 기한을 정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며 꿀벌이 많이 꼬이는 특정 작물에 우선 적용된다.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정원을 가꿀 때 이 살충제를 사용하지 못한다.
EU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꿀벌의 개체 수가 계속 줄어듦에 따라 식량생산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내 꿀벌 개체 수는 최근 25년 동안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곤충에 의한 수분(受粉) 중 80%가 꿀벌에 의해 이뤄질 정도로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 꿀벌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인간이 식량으로 먹는 작물 가운데 약 63%의 수분을 돕고 있다. FAO는 이런 작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2030억 달러(약 2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꿀벌 개체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사용금지 목록에 오른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는 포유류에게는 거의 독성이 없고 곤충에게만 강력히 작용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살충제는 EU가 금지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 3종이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1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를 꿀벌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EU의 발표 직후 살충제 생산업체인 독일의 바이엘과 스위스의 신젠타는 “EU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지 않고 성급히 결정을 내렸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농업 강국의 농민들도 “이번 조치로 살충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해충 때문에 작물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EU의 평가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만약 문제가 있으면 새로운 살충제 사용 기준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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