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일본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노사는 정년 연장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일본 정부가 1994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 정년’을 법제화하면서 규정한 4년의 유예기간이 1년 뒤면 끝나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를 도출해야 했다. 노사 대표 7명씩으로 ‘고용시스템검토위원회’를 만들어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년을 55세에서 5년 늘리면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늘고 승급으로 급여가 올라 기업의 퇴직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 쟁점이었다. 결국 노사는 퇴직금을 줄이는 대신 급여를 소폭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당시 일본의 기업들은 정년 연장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법 개정 이전까지 55세였던 정년이 1998년 6월부터 60세로 연장돼 기업들은 이에 맞는 임금체계를 노사 합의로 만들어 내야 했다.
닛코증권은 50, 55, 60, 65세 등 4단계 정년제도를 만들었다. 사원이 정년 시점을 고르면 회사는 각 시점에 맞춰 임금 및 퇴직금 체계를 설계했다. 종업원 100명 규모인 한 해운회사는 정년을 늘리면서 55세부터는 연간 임금을 매년 10%씩 줄이기로 했다.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노사 합의로 새 법이 시행된 1998년 6월에는 93.3%의 일본 기업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상태였다. 종업원 5000명 이상 기업은 100%, 1000∼4999명 기업은 99.5%가 노사 합의를 봤다.
정년 연장을 놓고 노사가 심각하게 대립한 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60세 정년 연장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서도 기업의 인건비 인상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짠 것이 연착륙의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50세 전후 직원들의 정기승급과 기본급 인상을 중단했다. 55세 때 퇴직금을 정산하도록 하는 기업도 많았다. 일본 기업들은 그런 방식으로 ‘인건비 폭탄’을 피해갈 수 있었다.
직원들도 정년 연장을 반겼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일본의 기업문화에서 직원들은 5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년 60세 제도가 ‘60세까지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일본의 중앙노동위원회가 199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69.2%는 조기퇴직자 우대제도를 도입하고 있었다. 60세가 되기 전에 명예퇴직을 유도한 것이다. 한직으로 발령 내 퇴사를 유도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인력개발, 프로젝트 지원, 커리어 지원 등과 같은 이름을 붙인 부서를 만들어 경쟁력 없는 직원들을 그곳으로 모아 놓고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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