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은 “나치경력 배우 퇴출”… 日은 “아베 행보 잘못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 전범국 獨-日, 과거사 반성 극과 극
獨, 주연 전력 드러난 TV수사물 중단
日대사, WP에 ‘총리비판 항변’ 투고… 한일협력위 50주년 기념식도 연기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극명히 다른 행보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1일 인기 수사물 ‘데리크(Derrick)’의 방영을 중단했다. 주연 배우의 나치 경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데리크’ 시리즈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TV 수사물로 1973∼1997년 280편이 방송됐다. 전 세계 102개국에 수출됐고 만화로도 제작됐으며 종영 이후에도 최근까지 재방송이 이어졌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지난달 26일 ‘데리크’에서 정의감에 가득 찬 수사관 슈테판 데리크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던 호르스트 타페르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였다고 보도했다. 2008년 사망한 타페르트는 사망하기 오래전에 자신은 위생병으로 복무했다고 속여 왔다. 독일 경찰은 그의 친위대 복무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타페르트에게 수여했던 ‘명예 경찰관’ 직위의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미국 주재 일본대사는 1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깊은 후회와 진정한 사과의 뜻을 밝혀왔고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에 대한 진실한 애도를 표명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 독자투고 칼럼을 통해 밝혔다.

사사에 대사는 “일본 정부는 역사를 정면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노력은 역사학자나 지식인들이 이룬 성과에 의해 촉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 언론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 행보를 신랄히 비판한 것을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

양심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대사 기고문과 나란히 실린 독자 투고문에서 일본 출생이라는 60대 재미 일본인 유키 헤닌저 씨는 “우리는 일본이 원자폭탄의 희생자일 뿐 원폭을 초래한 전쟁의 핵심 가해자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7일 아베 총리의 ‘침략 망언’을 비판하는 사설이 실린 뒤 WP 홈페이지에는 381명이 댓글을 달면서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일부 극우 성향 일본인들은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양국 정재계 인사들로 이뤄진 한일·일한협력위원회가 20일 도쿄(東京)에서 열려던 50주년 기념식을 연기했다. 일한협력위원회(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1일 회원들에게 “한국 측과 협의한 결과 이번에는 (기념식을) 연기하고 나중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통지했다. 일한협력위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1965년 한일 국교 재개 후에 만든 단체로 역대 총리 경험자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현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회장 대행을 맡고 있다.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은 남덕우 전 총리다.

파리=이종훈·워싱턴=정미경·도쿄=배극인 특파원 taylor55@donga.com
#나치#2차세계대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