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적용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장 많이 제한하기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여권 신장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는 4일 여교사의 감독을 받고 품위 있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 아래 사립학교 여학생의 교내 체육수업 참가 등 일부 스포츠 활동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여성이 남성 후견인의 동의가 없으면 학업, 취업, 운전 등 일반적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사우디 정부가 여성 전용 스포츠클럽의 운영을 허가했다. 4월에는 공원 등 일부 장소에서 남성 후견인을 동반한 여성의 자전거 및 오토바이 타기도 허용했다. 왕족이 포함되긴 했지만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가대표 2명이 출전했다.
사우디의 여권 신장 기류는 체육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법조계 정계 등 사회 곳곳에 감돌고 있다. 직업을 가진 여성조차 거의 없는 이곳에 최근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미국 대형 로펌 스콰이어샌더스가 요르단 출신의 금융 규제 전문가 나디아 알아나니 박사를 수도 리야드 사무소의 선임 파트너로 임명하면서 사우디 최초의 여성 법조인이 탄생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성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허가했으나 여성 변호사가 없어 개정된 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지난달 8일에는 킹압둘아지즈대를 졸업한 아르와 알후자일리 씨가 사우디 내에서 법을 공부한 여성으로는 최초로 수습 변호사 허가증을 획득해 토종 여성 변호사 탄생도 눈앞에 다가왔다. 수습 변호사(trainee lawyer)와 개업 변호사(practicing lawyers)라는 두 가지 변호사 면허가 있는 사우디에서는 3년간 연수 기간을 거친 수습 변호사가 5년 이상 개업한 변호사와 계약하면 정식 변호사 자격을 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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