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에 선 40대 남성이 무죄 평결에 눈물을 쏟았다.
이 남성은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신이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잉글랜드 링컨셔 카운티의 링컨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21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앤드루 머신(40)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어 성폭행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머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면 섹스 장애'는 잠든 상태에서 혼자 혹은 파트너와 함께 성적 행동을 하는 수면 장애로, 몽유병이나 잠꼬대 같은 사건수면(수면 중 또는 수면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이상행동)으로 분류된다.
잉글랜드 노팅엄셔 카운티 출신의 머신은 지난 2010년 2월 27일 링컨셔 카운티의 한 야영장에서 만취한 21세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머신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야영장에서 술을 마시다 만난 A씨가 만취하자, 그를 숙소로 부축해준 뒤 잠이 든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성관계 도중 잠에서 깨어났다는 A씨는 "난 여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깨닫자 너무 무서웠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난 손을 들어올려 그에게 그만하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머신은 법정에서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저 술에 취한 A씨를 돕고 싶었던 것뿐이지 그녀를 해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한 짓을 알고 정말 혐오스러웠다"고 울면서 말했다.
그는 25년 넘게 수면 섹스 장애에 시달려왔으며, 자신의 오랜 연인과도 수면 상태로 자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머신의 연인인 데니스 잭스(38)는 법정에서 "머신은 잠을 자면서 내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한다"며, "최면에 걸린 것처럼,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머신의 여자 형제 캐시 피커링은 자신 역시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다며 이는 가족력이라고 주장했다.
피커링은 "난 자면서 성관계를 한다. 결혼했을 때 이를 알았다. 남편이 말해줬는데 난 전혀 몰랐다.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런던 수면 클리닉의 정신과 의사 이르샤드 에브라힘 박사는 법정에서 "이러한 문제는 몽유병 등 수면 장애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신의 변호사는 "그는 A씨를 도우려 했던 것뿐"이라고 강조하며, "수면 장애는 실제 상황이다. 이를 겪는 사람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머신이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며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배심원단은 3일간의 숙고 끝에 머신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머신은 배심원 대표가 무죄 평결문을 읽어 내리자 눈물을 쏟아냈다.
머신은 이후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야기된 모든 심적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는 2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바른 판단이 내려져서 기쁘다. 이제 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 3년은 악몽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들이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어 통제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지난 2월에는 15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의 배우 사이먼 모리스(42)가 법정에서 '수면 섹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8년을 선고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에서 1996~2011년까지 18건의 성폭행 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수면 섹스 장애를 변호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이 중 12건에 대해서 수면 섹스 장애를 인정해 피고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1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판결을 내렸다. 수면 섹스 장애를 주장한 성폭행 사건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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