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정상은 지난해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역장벽이 사라진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3가지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 자원 협력’과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양국 간 전문직 및 청년인력의 인적 교류 확대’ 등이다.
우선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에너지부는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셰일가스’(퇴적암인 셰일층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에 대한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셰일가스는 생산비용이 석유(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3분의 1 수준으로 경제성이 뛰어난 데다 매장량도 많아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셰일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신(新)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가 셰일가스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미국은 셰일가스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의 에너지당국은 가스 하이드레이트(천연가스가 저온 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형성되는 연료)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기로 하는 등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ICT 분야의 교류도 확대된다. 이를 위해 양국은 차관급이 참여하는 ‘ICT 정책협의회’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미국의 ICT를 신속히 한국에 도입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한 포석이다. 유엔 특별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회의에서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국의 전문직 종사자나 미국에 유학한 한국 학생이 미국에서 취업할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늘리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문직 비자를 받는 한국인이 현재 연간 3000∼3500명에서 1만5000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제도는 첨단 분야에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캐나다(무제한)와 호주(1만500명) 등에 매년 9만5500개의 비자가 발급된다. 한국은 미국과 FTA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직 비자 쿼터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 의회의 제동으로 좌절됐었다.
양국은 또 한국 대학생들이 ‘어학연수 5개월, 인턴 12개월, 관광 1개월’ 등 총 1년 반 동안 미국에 체류하는 한미 대학생연수취업(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의 만료 시한을 올해에서 2018년으로 5년 연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매년 300명 정도의 대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왔다.
이 밖에 양국 정상은 한미 FTA의 온전한 이행 등 주요 현안의 ‘호혜적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측 요구사항이 많은 자동차 부문,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약속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일부 부문의 재협의가 이뤄질 개연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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