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위한 모금연주회 열고 피해자 어머니 찾아 위로까지
피해자 “또 다른 여성 있었다” 증언… 제4의 피해자 있을 가능성도
여성 3명을 무려 10년간 감금하고 성노리개로 삼은 혐의로 체포된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납치 용의자 아리엘 카스트로 씨(52)가 자신이 납치한 여성을 찾으려는 이웃들과 함께 전단을 배포하고 모금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등 철면피 행각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또 피해자 3명 중 한 명은 자신의 딸과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제4의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나 그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미국 전역이 몸서리치고 있다.
카스트로 씨는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지나 디지저스 씨(23)의 아버지와 친구 사이였으며 그의 부모가 당시 14세이던 디지저스 씨를 찾기 위해 얼굴 사진이 실린 전단을 돌릴 때 도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그는 지난해 실종된 디지저스 씨를 기리기 위한 이웃 주민들의 철야 촛불 모임에 참여한 디지저스 씨의 어머니를 찾아가 위로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카스트로 씨가 디지저스 씨를 납치한 이유는 그가 자신의 딸 알린과 가장 친한 친구여서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7일 보도했다. 2004년 4월 2일 오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실종된 디지저스는 당시 알린과 함께 걸어서 귀가하고 있었다. 알린이 디지저스 씨와 함께 다른 친구 집에서 놀다 가도 되는지를 물으려 집에 전화했지만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자 디지저스 씨와 헤어졌다. 디지저스 씨는 그 직후 실종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의 집에 이번에 발견된 여성 3명 외에 다른 여성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2002년 8월 3명의 피해자 중 카스트로 씨의 집에 가장 먼저 끌려와 감금됐던 미셸 나이트 씨(32)는 경찰에게 “내가 그 집에 왔을 때 다른 여성이 있었으며 어느 날 일어나 보니 그 여성은 사라졌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카스트로 씨의 집 지하실 벽에는 ‘평온히 잠들다’라는 문구와 함께 사라진 여성을 지칭하는 듯한 이름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하이오 주 컬럼버스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카스트로 씨의 아들 앤서니 씨(31)는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폭력성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어머니 또한 1996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1993년 뇌수술 이후 회복하던 어머니를 죽도록 때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허술한 대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7일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지금껏 감금됐던 가옥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신고 전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수사관들이 지난 15년간 두 차례 그 집을 찾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비난을 받았다.
피해자 중 처음으로 이웃에 구조를 요청한 어맨다 베리 씨(27)는 감금 기간에 딸을 낳았으며 현재 6세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이 최대 5차례 임신했으며 대부분 폭력과 영양실조로 유산했다고 전했다.
한편 11세이던 1991년 캘리포니아에서 필립과 낸시 가리도 부부에게 감금당해 무려 18년간 갇혀 지내며 딸 둘을 낳았던 제이시 두가드 씨(33)는 이번 사태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두가드 씨는 “인간의 정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력이 강하므로 우리는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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