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가 일본 영토로 돼 있는 오키나와(沖繩)의 영유권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들자 맞불을 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8일 한 면을 할애해 ‘시모노세키 조약과 댜오위다오 문제를 논한다’는 글을 실었다. 이 기사는 ‘댜오위다오 문제 바로 알기’ 시리즈의 첫 회로 전날 미 국방부가 “중국의 댜오위다오 인근 영해기선 설정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신문은 “댜오위다오뿐 아니라 오키나와 영유권 문제도 다시 거론할 때가 됐다”며 전선을 주변으로 확장했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큐(琉球)라는 왕국으로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고 신하가 되기를 청한 번속(藩屬)국이지만 일본이 1879년 강제로 점령했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귀속 문제는 중국 학계나 군부 강경파에서 일부 제기된 적은 있지만 중국의 의중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가 정식으로 제기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센카쿠 분쟁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함과 동시에 오키나와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사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 영유권의 역사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를 거론했지만 시리즈의 첫 회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다른 관영 매체들도 미 국방부 보고서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번 보고서는) 중국어도 잘 모르는 전문가를 인용했다”며 “인터넷에서는 보고서가 ‘컨트롤+C’와 ‘컨트롤+V’의 결과라고들 한다”고 비난했다. 컴퓨터 자판에서 ‘컨트롤+C’를 눌러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들을 복사한 뒤 ‘컨트롤+V’를 눌러 보고서에 갖다 붙였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보고서 발간 의도는 중국의 군사 위협론을 과장해 중국과 기타 국가를 이간질하고 이를 통해 미국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보고서를 조목조목 비판함과 동시에 항공모함 추가 건조 등 군사 대응 태세를 은연중에 강조하는 미확인 보도까지 한 묶음으로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이후 가까워지는 듯했던 양국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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