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부활 베를루스코니, 또 정치생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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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0일 03시 00분


伊법원, 탈세 항소심서도 징역 1년형
내년초 유죄 최종확정땐 의원직 상실

화려하게 부활했던 오뚝이가 위기를 맞았다.

총선 후 2개월 만인 지난달 대(大)연정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위상을 확인시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77·사진)가 8일 탈세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유죄 판결을 받아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미디어 기업 메디아세트가 미국 영화의 방송 판권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과 공직금지 5년을 선고받았다. 원래는 징역 4년이었지만 수감자를 줄이려고 도입된 사면법에 따라 1년으로 줄었다.

변호인단은 “모두가 예상한 편파적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의 상원 원내대표 레나토 스키파니 의원은 “편파적인 밀라노 법원이 국민 1000만 명의 지지를 받은 지도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창립한 5성운동당은 “베를루스코니의 공직을 즉각 금지시켜야 한다”고 환영했다.

최종심 판결은 빨라야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설사 최종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수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AP는 전했다. 이탈리아 법체계에서는 75세 이상이고 2년형 미만의 징역형은 수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 진출이 5년간 금지돼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재판이 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베를루스코니가 민주당 출신 엔리코 레타 총리와의 연정 참여를 철회하면 조기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시 총선을 치를 경우 자유국민당이 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일간지 일 조르날레의 니콜로 게디니 편집인은 “현 정치 상황에 변화가 올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정을 유지해가며 정치적 신뢰를 쌓음으로써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월 임명된 조르조 산타크로체 대법원장이 중도 우파 성향의 인물이어서 베를루스코니의 최종심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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