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의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해줄 방안으로 곤충을 지목했다. 조제 그라지아누 다시우바 FAO 사무총장은 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세계적으로 곤충을 더 많이 먹게 되면 식량 문제뿐 아니라 넓게는 환경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것”이라며 200쪽짜리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FAO는 먼저 곤충이 가진 영양학적 유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곤충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일 뿐 아니라 마그네슘 철 아연 같은 무기질까지 풍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린 쇠고기 100g에는 철이 6mg 들어 있지만 같은 양의 메뚜기에는 최소 8mg에서 최대 20mg의 철 성분이 들어 있다. FAO는 “2050년에는 지구의 인구가 9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번식력이 강하고 주요 영양소까지 풍부한 곤충이 중요한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FAO는 곤충을 기르면 소나 돼지를 기를 때보다 환경 피해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온혈 동물인 소나 돼지와 달리 냉혈 동물인 곤충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사료도 덜 들어간다는 것. 실제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에 소비하는 사료 양은 메뚜기보다 무려 12배가량 많다. FAO는 “곤충은 소와 달리 메탄가스나 암모니아가스 같은 지구 온난화 유발 물질을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FAO는 “곤충을 먹기를 꺼리는 서구인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식용으로 쓸 수 있는 곤충은 1900여 종에 이르고 이미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20억 명의 인구가 곤충을 주식(主食) 또는 부식물(副食物)로 섭취하고 있다. 심지어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진미로 여겨지는 베짜기개미의 알이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곤충을 먹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FAO는 보고서에서 “혐오스럽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곤충 요리법 개발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국가별로 식용 곤충에 대한 새 식품위생기준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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