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AP기자 통화기록 불법사찰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기밀유출자 색출 명분 언론자유 침해… 표적 세무조사 의혹 겹쳐 오바마 궁지
WP “제2의 워터게이트 가능성”

미국 정부가 테러 정보 유출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AP통신의 전화통화 기록을 허가 없이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 국세청(IRS)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 시민단체를 표적 세무조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게리 프루이트 AP통신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법무부가 2012년 4월부터 5월까지 AP통신의 뉴욕 워싱턴 하트포트 사무소의 기자 및 편집자 100여 명이 사용하는 전화번호 20여 개의 통화 기록을 허가 없이 은밀히 취득했다”며 “이는 헌법상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맹비난했다.

AP통신 측은 통화 기록 조사가 2012년 5월 7일 보도한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 관련 기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AP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오사마 빈라덴 사망 1주년을 맞아 예멘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객기에 폭탄 테러를 시도했으며 예멘 주재 CIA 요원이 이를 발견해 테러를 예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후 미국 정부는 ‘CIA 작전 기밀이 위험하게 유출됐다’며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표적 세무조사 논란도 거세다. IRS는 2010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판적이기로 유명한 티파티는 물론 ‘애국자(patriot)’라는 이름이 들어간 몇몇 시민단체를 상대로 집중 세무조사를 벌였다. IRS는 10일 “말단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로이스 러너 IRS 국장이 2011년 6월 표적 세무조사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고 이후 IRS의 보수 성향 시민단체 세무조사 범위가 더 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 대사가 피살된 뒤 작성된 CIA의 보고서가 미 정부의 책임을 줄이는 쪽으로 12차례나 수정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다 언론 및 시민단체에 대한 은밀한 감시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오바마 정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의원들은 잇달아 오바마 정권을 규탄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일부는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조지 윌 칼럼니스트는 “이번 스캔들이 오바마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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