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주도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도전하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GPS는 민간뿐 아니라 핵탄도미사일 등 군사용으로도 사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키스탄이 중국의 GPS인 베이더우(北斗)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 결정으로 베이더우를 자국의 GPS로 채택한 나라는 태국 라오스 브루나이 등 4개국이 됐다. 중국까지 치면 5개국이다. 중국은 베이더우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파키스탄에 수천만 달러를 들여 기지국 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은 베이더우 시스템 운영을 위해 현재까지 16기의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지난해 12월 아시아태평양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위성 30기를 추가 발사해 2020년까지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베이더우의 오차범위는 당초 25m 정도였으며 미국 GPS는 10m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더우는 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를 만회하려고 위성궤도를 미국보다 낮게 설정했다. 덕분에 정확도가 많이 향상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대신 위성 수명이 고위도에서보다 단축돼 자주 쏘아 올려야 한다.
중국이 베이더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주의 눈과 귀를 더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은 미국이 1993년부터 GPS 정보를 무료로 민간에 개방하면서 사실상 독점해왔다. 중국도 현재 베이더우와 미국 GPS를 함께 쓰고 있다.
하지만 민간 GPS 시장만 해도 중국의 경우 지난해 1200억 위안(약 21조81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이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특정국의 GPS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경제 및 군사 부문에서 해당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체 시스템 보유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파키스탄이 미국 대신 중국의 GPS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것도 미래에 있을지 모를 미국과의 갈등을 의식한 때문이다. SCMP는 “파키스탄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갈등이 발생해 미국이 GPS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에도 보험을 들어두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중국 외에 일본도 미국과 손잡고 준텐초(準千頂)라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구축한 ‘글로나스’가 한때 폐기 처분될 신세였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재건에 나서 2011년부터 24개 위성 체제로 운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독자 GPS인 ‘갈릴레오’를 개발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위성 32기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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