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車가 머리 위로… 인구4만 美 무어市 40분새 초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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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토네이도, 오클라호마 강타
경보 발동 16분뒤 덮쳐 대피 못해, 상당수 아직 매몰… 사상자 크게 늘듯
오바마,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 美언론 “5일간 3억5000만달러 손실”

“여기저기서 말, 차, 지붕이 하늘로 솟구쳐 날아다녔다. 영화 ‘트위스터’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상의 종말을 보는 듯했다.”

20일 오후 2시 56분경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 주를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로 21일 오전 9시 20분(한국 시간 21일 오후 10시 20분) 현재 최소 24명이 숨지고 120 여명이 다쳤다. 특히 토네이도가 오클라호마 주의 초등학교 2곳을 휩쓸고 지나감에 따라 9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2시 40분경 미국 기상청의 첫 번째 경고가 나온 뒤 불과 16분 만에 토네이도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오클라호마 주민들은 대피할 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인명 피해도 커졌다. 풍속 시속 약 320km의 이번 토네이도는 최대 지름이 3.2km에 이를 정도로 피해 범위가 넓었다. 토네이도가 덮치고 단 40분 만에 24명의 사망자가 난 것은 이번 토네이도의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오클라호마 주의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와 인구 4만1000명의 소도시 무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수백 채의 집과 차가 산산조각났고 전기선이 끊겨 3만8000가구가 정전됐다. 벽돌과 콘크리트 잔해가 몇 m 높이로 쌓여 있으며 토네이도에 휩쓸려 날아간 자동차들이 건물 벽에 처박혀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어린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무어의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와 오클라호마시티의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가 토네이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는 철골로 된 건물 뼈대가 완전히 뒤틀리고 벽도 무너졌다. 구조요원들이 건물 잔해에서 몇몇 아이를 구조하기도 했지만 10여 명의 아이가 아직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지역 주민 노마 바우티스타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할 말을 잃었다”며 “내 아들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그 아이에게 학교, 집, 친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16일 텍사스 주에서 처음 발생한 후 계속 세력을 확장하며 오클라호마 캔자스 아이오와 미주리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미 중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최근 5일간 발생한 토네이도로 3억5000만 달러(약 3897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토네이도 피해가 커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클라호마 일대를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오클라호마 당국도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주 방위군 인력을 구조 작업에 긴급 투입하고 파괴된 가스관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으나 여전한 강풍, 정전, 열악한 도로 사정 등으로 구조 작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 기상청은 “21일이 이번 토네이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하정민 기자 mickey@donga.com
#토네이도#오클라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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