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로 보이는 괴한 2명이 대낮에 길을 가던 군인 1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참수한 사건이 벌어져 영국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22일 오후 2시 20분경 런던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울리치 포병대 막사 인근에서 흑인 2명이 군인 1명을 30∼40cm 길이의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와 식칼로 찌른 뒤 끌고 다니다가 길가에 버려뒀다. 현장에선 권총도 발견됐다.
BBC방송은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 괴한들의 차에 치였으며 참수됐다고 전했다. 범인들은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체포된 뒤 런던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명은 중태다. 이번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국가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서방 국가에 불만을 가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외로운 늑대형’ 테러로 보인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2명의 무슬림 형제가 저지른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
일부 언론은 영국에서 자란 범인들이 알카에다가 폭탄 제조 및 총기 사용법 등을 전파하는 데 이용하는 온라인 영어잡지 ‘인스파이어(Inspire)’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텔레그래프는 범인들이 남성을 참수한 것은 알카에다의 테러 매뉴얼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목격자들과 ITV가 받아 공개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괴한들은 피해자를 공격하던 도중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짙은 회색 후드점퍼를 입고 검은색 비니 모자를 쓴 청년은 피가 묻은 손에 칼을 든 채로 주변에 자신들의 모습을 찍으라고 요구한 뒤 “알라께 맹세컨대 절대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총질을 시작하면 당하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당신 같은 일반인이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 남자는 마이클 올루미데 아데볼라조(28)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 태생의 나이지리아계 인물로 알려졌다고 가디언이 23일 보도했다. 롬퍼드에서 성장해 그리니치대를 다녔으며 2003년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아데볼라조는 회합이 금지된 이슬람단체에 무자히드라는 이름으로 참여했으며, 두 범인은 최근 수년간 몇 건의 수사에서 보안당국에 이미 인지된 인물이라고 인디펜던트지는 전했다.
현장에서 범인들을 설득한 잉그리드 로요케넷 씨(48·여)의 용감한 행동도 큰 화제다.
어린이 스카우트 교사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당시 버스를 타고 현장을 지나다 길에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 멈춘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이어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뒤 바로 옆에 흉기를 들고 선 아데볼라조에게 “너는 혼자 많은 사람과 맞서고 있어 패할 것이다.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이에 범인은 “우리는 남아서 싸울 것이다. 오늘 밤 런던에서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로요케넷 씨는 베이지색 점퍼를 입고 칼을 든 다른 범인에게도 다가가 “무기를 내놔라”고 말했는데 이 장면이 사진으로 널리 퍼졌다.
로요케넷 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하교를 시작한 아이들도 있어 차라리 범인이 나 혼자만 겨냥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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