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위안부 강제동원 증언 신빙성 의문” 또 망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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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담화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 한국도 전쟁 당시 성문제 있었다”
윤병세외교, 잇단 망언에 작심 발언 “국제상식 어긋나는 창피스러운 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사진) 일본 오사카(大阪) 시장 겸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27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며 또다시 망언을 이어갔다. 일본의 위안부제도에 대해 수차례 사과하면서도 “일본 정부나 군이 조직적으로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며 기존 주장을 꺾지 않았다. 이 같은 그의 발언에 대해 해외 언론뿐 아니라 일본 언론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하시모토 시장이 앞서 13일 “전쟁 중에 위안부제도는 필요했다” “주일 미군이 풍속업(향락업)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은 데 대해 “진의를 밝히겠다”고 해 이뤄졌다.

먼저 하시모토 시장은 “언론이 나의 말을 오해했다”는 주장부터 펼쳤다. 그는 “2차 대전 때 주요 국가들이 위안부제도를 운영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에서도 성(性) 문제는 존재했다. 그 맥락에서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위안부를 모집한 일본은 반성하고 위안부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진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반성’과 ‘사과’라는 용어를 각각 다섯 번이나 써가며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과거사를 부정하는 본심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담화에 대해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고노담화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이어 고노담화의 대부분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정부나 군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은 명확하지 않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고노담화가 좀더 명확하게 그 문제를 기술해야 한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하시모토는 또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 발표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법적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측에서 이견이 있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를 포함해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시장이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기자들 사이에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자가 “다시 태어난다면 남성으로 태어나겠느냐, 여성으로 태어나겠느냐”라고 묻자 하시모토 시장이 답을 하기 전에 좌석에서 “위안부로 태어나라”고 조롱했다.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하시모토 시장은 주일미군 지휘관에게 “병사들의 욕구 해소를 위해 풍속업을 더 활용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풍속업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회견이 끝난 후 한 일본 기자는 “하시모토 시장이 ‘국가의 직접적 관여’에 집착하고 문제를 축소하고 있다. 그럼 국가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일본의 위안부제도가 문제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공개질의를 한 20명 가까운 기자 중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고 모두 비판적으로 질문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과거사 망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강도라고 느껴질 정도로 작심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연이은 일본의 역사 퇴행적 행동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고 “(일본에서 나오는) 여러 말은 국제사회의 상식에 어긋나는 민망하고 창피스러운 언급”이라고도 했다. 또 “일본의 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급은 물론이고 여타 고위급 교류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이정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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