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허용 물결, 뜨거운 지구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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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同性)결혼의 합법화 추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는 이제 ‘이성(異性)결혼’만이 유일한 시대에서 ‘남남(男男) 또는 여여(女女) 결혼’ 등 다양한 ‘2인(二人) 결혼’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지난주 프랑스가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이로써 세계 14개국이 동성결혼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6월엔 미국서도 허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독일 핀란드 콜롬비아 안도라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팔 대만도 동성결혼 허용 문제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폴란드 브라질 등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진통도 만만찮다.

○ 세계는 동성결혼의 시대…13년 만에 14개국

올해만 우루과이 뉴질랜드 프랑스가 동성결혼 허용국 대열에 오르는 등 2001년 네덜란드를 필두로 시작된 동성결혼 법제화가 2013년에 중대한 분기점을 맞는 양상이다. 전면 허용 14개국 외에 미국 브라질 멕시코는 지역별로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17일 “동성결혼 및 입양 허용법이 국민의 기본권이나 자유, 국가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동성결혼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처럼 공동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유럽은 최근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영국이 내년에 동성결혼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고, 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에서도 법제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DC와 12개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6월에는 미국 대법원이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안건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다. 네팔 대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의 바로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시민결합(civil union)제도를 허용하는 국가도 20개국이 넘는다. 시민결합은 동성 커플에게 사실상 부부가 갖는 대부분의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혼인 관계와 유사하게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한국은 최근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48)와 동성 애인인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29)가 올해 9월에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들은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해 동성결혼 문제가 본격적인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동성결혼 허용국 프랑스서 대규모 반대 시위

26일 오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 광장. 18일 발효된 동성결혼법에 반대하는 우파 야당과 가톨릭, 시민단체 회원 등 시민 15만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극우파로 추정되는 청년 시위대 수백 명이 집회 현장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병과 돌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35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또 이날 충돌로 경찰 34명, 시위대와 기자 한 명씩 모두 36명이 다쳤다.

이날은 원래 프랑스의 ‘어머니 날’이었다. 그러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시민까지 대거 가담하면서 집회가 커졌다. 일부 시위대는 사회당 당사에 침입해 ‘올랑드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현수막을 설치하다 19명이 체포됐다. 전날 샹젤리제 거리에선 바리케이드에 몸을 묶고 동성결혼 반대 시위를 한 59명이 연행됐다.

가톨릭의 나라 폴란드에서도 26일 시민 1만여 명이 프랑스의 동성결혼반대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를 열었다. 25일 브라질에서도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 동성 커플의 입양도 과제…정권 차원의 부담

프랑스에서 보듯 동성결혼 허용 흐름이 순탄치만은 않다. 종교계와 보수 진영의 반대가 워낙 심한 데다 윤리적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처럼 동성결혼 자체는 지지하지만 입양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낳은 아이까지 입양할 수 있게 허용하다 보면 자칫 대리모 제도까지 양성화되는 문제점을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은 조만간 대리모 제도까지 합법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종교계는 “인간관계의 기본을 해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권까지 짓밟는 것”이라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파리=이종훈 특파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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