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밀월 ‘MAED’로 묶여… 결별땐 양국경제 치명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헌츠먼 前주중대사 NYT 기고서 제시… 美蘇 ‘핵 균형’ 빗대 美中관계 설명
“경제 상호의존 높아 정치갈등 줄 것”

미국과 중국이 전례 없는 밀월관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가 정치적 갈등을 상쇄할 것이라는 ‘상호확증경제파괴(MAED·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일 때 사용된 ‘상호확증파괴(MAD)’에 빗댄 것으로 미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경제관계를 단절하면 양측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상호확증경제파괴’-‘MAD’의 경제 버전

이언 브레머 미 유라시아그룹 회장과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는 2일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공동기고문에서 “좋건 싫건 미중 양국은 MAED의 형태로 묶여 있다”며 양국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갈등보다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7일과 8일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랜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제언하는 형식이다.

기고문은 과거 미소 양극체제를 이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 ‘커플’과 오바마-시진핑 시대를 대비시켰다. 경제 관계 없이 핵 대결에 치중했던 미소 관계와는 달리 미중 관계는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로 표현될 만큼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 분야에서 ‘비자발적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대량의 공산품을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고 미국은 중국 덕분에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다량의 미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이 유동성으로 중국 상품을 사들일 여력을 확보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고 기고문은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對)미 수출은 2000년 521억4200만 달러(약 58조9204억 원)에서 지난해 1077억300만 달러(121조7043억 원)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3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2500억 달러(약 1412조5000억 원)로 미국 전체 발행 국채의 11%를 차지한다. 일본이 9.7%로 중국에 이어 2위다.

○ 미중 경제협력에 대한 낙관론과 경계론


브레머 회장과 헌츠먼 전 대사는 “미국이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한다면 중국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며 청정에너지 기술 공동개발 등과 같은 과학연구 개발협력 분야를 예로 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도 2일자 ‘미국과 중국의 시험’이라는 칼럼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식 자본주의에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식 모델에 근거한 더 많은 시장경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남미를 순방 중인 시 주석은 2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카리브 해 지역 8개국 최고지도자를 각각 만나 에너지·통상 투자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인 이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 미국과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트리니다드토바고에는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의 ‘통 큰’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NYT는 기고문과 함께 게재한 ‘중국의 경제 제국’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중국이 국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위기에 처한 세계 여러 나라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감안할 때 경제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국이 국제사회에 주는 정치적 위험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

냉전 시절의 핵전략. 미국과 옛 소련 양극체제에서 상대방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핵 능력으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상태를 달성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논리.

:: 상호확증경제파괴(MAED·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 ::

탈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의존관계를 MAD에 빗댄 것. 미중 양국이 국제 상품 및 자본 시장에서 상호 의존관계여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경제적 단절을 선언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논리. 주요 2개국(G2) 체제에서 갈등보다 협력이 우선시되는 현상을 설명.

워싱턴=신석호·베이징=이헌진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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