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철거 반대 시위에서 비롯된 터키의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의 세속주의(世俗主義)와 이슬람주의 간 갈등이 격렬한 시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이스탄불 중심가인 탁심 광장에는 약 1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고, 수도 앙카라에 모인 시위대 약 7000명 가운데 일부가 총리 집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서부 도시 이즈미르에서는 시위대가 집권 정의개발당(AKP) 당사에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까지 48개였던 시위 발생 도시는 하루 만에 67개로 늘었다. 24만 명이 가입한 터키 공공노조연맹이 4, 5일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내무부는 2일 “지금까지 약 1700명을 연행했다. 시위대 58명과 경찰관 1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의사협회는 부상자가 이스탄불에서 1000명, 앙카라에서 700명가량 나왔다고 주장했다. 3일 시위대에 돌진한 차량에 20세 청년 1명이 숨졌지만 운전자의 고의성이 밝혀지지 않아 시위에 미칠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위는 터키의 정체성과 관련한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99.8%가 이슬람 신자(월드팩트북 기준)이지만, 1923년 터키 공화국을 세운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확립한 세속주의 원칙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주의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 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친이슬람 성향을 점점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법이 통과됐다. 이슬람 복장 착용 제한도 점차 완화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세속주의의 상징인 탁심 광장 내 케말 파샤 강당을 부수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2015년 대통령 선거에 나와 장기 집권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이번 시위의 배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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